시와 수필

죽고 난 뒤의 팬티

구름뜰 2014. 4. 1. 09:24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1941~2007)

 

 

 

 

 

세상이 우스운 일만 가득해서

아니 우스운 일이 없다고 하네요

 

죽고 난 뒤의 팬티!

어느 순간엔 매우 섬세하거나 심약하기도 한 것이 또한 우리네 솔직한 모습이지요.

보여지는 것에

죽고난 후까지 염려하는 이 정서를 뉘라서 공감하지 않을까요. 

 

죽음보다 죽음 너머 팬티라니요

당면한 문제보다 내가 염려하는 부분에 필이 꽂힌 순간을 우리는 삽니다.

 

인생 살이 재밌지요.

우리 마음도 재밌구요. 

 

꽃 활짝 입니다.

그래요

이봄에는 나도 피고 당신도 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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