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상가에 모인 구두들

구름뜰 2014. 5. 29. 17:26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개 세워 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유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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