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과를 먹으며

구름뜰 2014. 9. 12. 19:39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ㄹ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사과를 먹으며/함민복의 시 입니다

 

**안동에서 첫 과수농사를 한 지인이 추석이라고 사과를 들고왔습니다.

게눈 감추듯 먹고는 두개 째 물고보니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네요.

 

사과 꽃이 피기전부터 가슴 졸였을 테구요. 금요일마다 안동으로 달려간

지난 봄 여름날이었는데요.

그을려 야위어보이는 언니를보니,

사과가 아니라 땀과 정성의 결실같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비, 바람, 구름과 두 부부의 토닥거림 하늘까지 거든 맛이라야 옳겠습니다.

 

사과 한입!

실감나는 시 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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