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영농일지 3 - 농심

구름뜰 2015. 5. 31. 11:50

 

어제는 기다리던 비도 와주고

외출하는 길에 차를 몰고 밭엘 갔었다.

흙은 선명해지고, 검정비닐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경쾌했다.

밭에 비가 내리는 걸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우두커니하고 있노라니

식 입에 밥들어가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농사일이 호락하지 않은 건 알지만 그래도 하는 만큼 여축 없이 결실을 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기대나 실망이 땅을 향한 마음에는 없다. 

상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다.

 

협동농장!에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다

밭이 날마다 살쪄간다는 기분이다.  

 

 

 

 

이 모습은 지난 5월 19일 풍경이다.

어제(30일) 가봤더니 제법 열매를 맺고 있다.

 

오이는 한 그루당 서너개씩 매달려 있었는데,

대나무 기둥을 세워두고 노끈으로 얼기설기 길을 만들어 두었더니

오이 넝쿨순이 그 줄을 따라서 쭉쭉 올라오고 있다.  

 

 

 

 

 

 

 

 

 

 

고추도 제법이다.

얼마나 신기한지 녀석들 하나하나 다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슈퍼에 가야 볼 수있는 호박이 이렇게 오종종이다.

연신 위로 올라가면서 호박꽃이 피어나고 있고 호박은 아래로 처져서 열린다.

꽃이 아름다운건 결실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박진 호박꽃 답다하겠다.

 

 

 

 

 

 

 

밭에서 피어나는 모든 꽃들은 성스러운 열매들이다.

작고 여린것은 여린대로

큼직막한 것은 큼지막한대로 열매를 맺는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고한 시인도 있지만 

열매로 묵묵히 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리라. 

꽃이 지지 않는다면

열매가 가능할까.

소멸은 생성이고, 생성도 소멸인거다.

우린 두 극단속에서 산다.

그러니 지금 꽃이라고 꽃에 강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 

시간은 과정이고 꽃도 과정이다. 

우리도 모든 과정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과정과정은 지는 모습이든 피는 모습이든

다 소중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호박꽃도 꽃봉오리도 호박열매도 모두 호박인 것이다.  

 

 

 

 

 

님의 입술같이 부드럽고 여린맛

된장찌개에 밥 비벼 먹는 소박한 맛을 올 봄엔 몇번이나 보았다.

씨뿌린 이만이 맛볼 수 있는 맛이라고 하겠다.

 

 

 

 

 

컨테이너 한대를 들였다.

냉장고 에어컨 소파까지 한 살림을 차렸다.

올여름은 내도록  이곳이 아지트가 될 것 같다. 

 

작년에 이곳에까지 멧돼지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있었고,

멧돼지 출연을 막기위해서 쇠말뚝을 박고 튼튼한 철 그물망 울타리를 쳤다.

이 울타리에는 장미를 심어도 좋을 것 같다.

이젠 멧돼지가 떼로 와도 침법할수 없게 되었다.

 

밭에도 울타리가 필요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고구마 심은 고랑에 호박씨하나 뿌려졌던지 뿌리를 내렸다. 

 

씨앗!

선한 것은 선한대로

그렇지 못한 것은 그렇지 못한 대로

반드시 뿌리를 내린다.

 

이 호박순은 살아난것이 기특해서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함께 일하던 지인이 잡초 제거를 하면서 뽑아버렸다. 

 

길아닌곳에 내린 싹, 더 크기전에 그것이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면

화근을 뽑아버리듯 뽑아버리는 방법도 있는것이다.

 

 

 

 

 

 

 

첫 소출이다.

앞으로 마트야채코너보다 이곳에서 해결할 야채가 더 많지 않을까

 

 

 

 

짬만나면 마음이 동해서 달려가는 곳.

비가 와도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가 밭에 비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도 전기도 들어와서 기본적인 건 다 충족될 수 있다. 

지인은 올 여름은 저녁을 당번을 정해서 밭에서 먹으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냈다. 

 

 

 

 

모여 나누는 정에도 많은 배려와 매너가 필요하다.

나이들수록 사람이 잘 보인다.

보일수록 드는 생각이

내가 다른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배려말고는 없는것 같다. 

 

흙을 보는 마음,  사람을 보는 마음 

흙이 덜 번거러운건 상대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주는것, 마음을 주는것 상대하고 상관없이 주는 것

큰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땅을 바라는 농심도 신뢰가 바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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