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운동은 1997년 금융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아 나라의 부도를 막아야 할 시점에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 '금 모으기' 운동 이후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새마을 알뜰벼룩장터'는 아나바다 운동의 실천장이다. 구미시청 후문 주차장에서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특징은 물건 가격이 천원을 넘지 않으며 대부분 어린이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장터에서 만난 서현이(2학년)다. 발레복과 발레슈즈, 수영복, 머리띠, 시계, 학용품 등 모두 자신이 쓰던 물건들인데 이번이 네번째라고 했다.
서현이 오빠는 장터본부석 앞에서 열리는 문화마당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 위해 함께 왔다고 했다.
'새마을 알뜰벼룩장터'는 새마을과 관계자에 의하면 장이 서기 시작한지가 근 7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장터 본부석 앞에선 매년 문화마당이 열린다. 5월 장터에서는 '송정태권도'와 '핑크하트 합창단'의 시연으로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돗자리하나 놓고 모여앉은 물건의 주인들은 소박하기 이를데 없다. 모두 부모가 함께 참여하지만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 아이들이 물건값을 알려주고 돈을 받는등 모두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현장이었다.
동화책만 몇권 들고 나온 4학년 윤소정 2학년 소희 태호 쌍둥이 오누이도 네번째다. "돈을 벌수 있어 좋아요"라는 소정이는 "용돈을 모아 사고 싶은 걸 사는것도 좋고요 여기서 물건 구경하는 것도 좋아요'라고 했다.
세 아이에게 맡겨두고 장을 한바퀴 돌아온 엄마는 "아이들이 안쓰는 것들을 벼룩시장에 가지고 가서 팔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게 좋고 돈 귀한 줄 아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부모세대가 어렵게 자랐다고 자식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려는 엄마의 가치관이 자녀들의 미래 경제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날 소희 자매는 동화책을 판 돈으로 인형을 두마리 샀다. 아마도 이 인형은 앞으로 두녀석에게 엄마가 사준것과는 다른 스스로 마련한 대견한 재산목록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유희왕 카드'라는 이 제품은 남자아이들에게 인기 좋다고 한다. 제법 의젓한 사장님 같은 포스로 손님을 맞는 종범이, 곁에 있던 엄마 이선희씨는 장이 한달에 두번 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벼룩시장에 나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계부를 쓰게 되었고 벌써 2년이 되었다"고 한다. 월요일마다 용돈을 이천원 주는데 장터에서 마련한 돈까지 더해 돈 불리는 재미를 알게 된것 같다고 했다.
장터와서 구경하고 돈 벌고 간식먹고 하는 것이 좋아서 온다는 이선희씨는 사람냄새 나는 장터가 좋다며, 아파트에서도 이런 장터가 꾸준히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가전제품이나 아이가 커서 못쓰게 된 유모차나 보행기 자전거 등 성장기 아이들에게 일시적으로 필요한 물건들, 또는 소형 가전제품 스케이트나 퀵보드, 계절 상품 등 찾아보면 엄청 많을 것이라고 했다.
알뜰장터에 참석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발적이다. 내겐 쓸모없지만 다른이에겐 필요한 물건들이란걸 알게되니. 물건에 대한 가치와 경제관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겐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이에겐 돈을 치르고 사갈 만큼 소중한 물건이라는 걸 안다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아까운 줄 모르고 버리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나 쓰임새를 발견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주인도 어린이고 고객도 어린이가 많은 이 장터의 진풍경은 얼핏보면 소꿉놀이 같기도 하고, 역할극인가 싶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색하기는 커녕 의젓한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주인들이다. 손님이라면 어른이든 아이든 담담하게 맞고 제품에 대한 설명도 스스럼 없이 덧붙인다.
2학년 두현이는 여기와 번 돈은 돼지저금통에 넣는다고 한다. 아빠와 함께 왔는데 아버지가 장터에 나오면 갖고 싶은 걸 하나씩 꼭 사주시고 나머지는 저축한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젖은 휴지를 말리고 있는 나라가 있다면 네덜란드’라는 농담이 있다고 한다.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선진국 네들란드 국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절약정신을 체득하며 브랜드보다는 실용성과 내구성을 먼저 본다고 한다. 이런 절약 정신 덕분인지 어플리케이션으로도 물건을 바꿔쓰기하도록 도와주는 '피얼바이'가 그 나라에서 선정한 5대 기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새마을 종주도시이기도 하고, 늘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은 도시 구미시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 중에 '미래세대에게 심어줄수 있는 경제 가치관 교육의 장'으로는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시키는 건 안해도 따라는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그리 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동참해보는 것만큼 산교육은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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