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영농일지 4 - 고추가 잘 자라는 이유

구름뜰 2015. 7. 22. 09:29

 

 

 

 

이웃사촌들과 어울려 농사짓는 우리 밭은 유독 고추가 주렁주렁이다.

이웃한 고추가 빈약한 밭주인들 얘기론 

다른 밭보다 여성동무!들이 매일같이 찾아들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이 맞는지 어쨌거나 주변 밭보다 정성도 관심도 듬뿍 받는건 사실이다.

 

 

 

요 못생기고 오동통한 고추는 비타민 고추다.

크기가 무섭게 손이가는 고추다.

약을 치지 않아서 못생기게 자란다지만 맛은 청양이나 일반고추보다 월등히 맛있다.

 

 

 

 

 

 

 

 

지난 시간, 가뭄에 비라도 내리던 날이면 

자식입에 밥들어가는 걸 보는 것처럼 들여다 보기도 했고

멀리 있어도 비가 오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도 있었다.

 

 

 

 

 

 

 

밭의 작물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인장(청야)이 나를 보고 싶으면 밭으로 오라고 할 만큼 이른 새벽과

해거름에는 여축 없이 이곳에 와서 작물들을 보살피신다. 

 

 

올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놀러들 오라고, 언제든 오라고 작물을 키워주시는 셈인데,

후덕한 주인장 덕분에 날마다 찾아가는 놀이터가 꽃밭처럼 아름답다.

 

꽃보다 아름다운 작물들 ...

소개 해볼거나.. ㅎㅎ 

 

 

 

 

 

 

 

 

 

오이는 매일 따내도 또 열리고 또 열린다.

아마도 하루에 한 15센티쯤은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가장 잘 자라는 작물이다.

 

 

 

 

 

 

그래도 나눠줄 곳이 원체 많다보니,

주인장께서 오이씨를 싹을 튀워 며칠 전에 다시 심었다.

 

대나무로 지렛대를 만들고 혼자서 해내시는 섬세함이 어디 작물에게만 일까.

맘껏 놀러오고 따먹으라는 마음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 작물들이 어찌 그저 왔을까. 손길하나 하나 사람에게 미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어주는 마음에도 배려와 겸손이 묻어 있으시다.

 

 

 

 

 

오이도  토마토도 고추도 상추도 모든 작물들이 첫물이 최고로 맛있다.

처음에 오이를 따 먹었을 때 그 맛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사람도 그럴까

첫사람, 모든 처음은 아프지만 아름답고 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다음이 덜 소중할까만

그렇게 처음은 처음이라서 소중한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것 아닐까.

 

사람도 늘 사랑속에서 살고 있지만

지나간 사랑을 아름답게 회고할 수 있으려면

그 처음을 넘어선 시간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게다. 

 

 

 

 

 

 

 

 

 

요 예쁜 잎은 땅콩인데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과연 땅속에서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예쁜 꽃 분홍색 콩하나씩 심은 것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서 수백개의 열매를 달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깻잎 어린 순을 따다가 생깻잎 김치를 담궜는데 향이 장난아니다.

겨우 땅을 뚫고 올라오는 순을 신기해서 바라보던 것이 엇그제인데

금방 쑥쑥이다.

 

뭐든 바로 수확해서 먹는 맛을 그어떤 맛을 무엇에 비길까. .

 

 

 

 

 

고구마 심은 날도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

고구마 순이 이렇게 무성해졌다. 

가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죽은 순도 있어서 재 이식작업도 한 작물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

고구마 줄기를 꺽어서 껍질을 벗기고 볶아 먹는 반찬도 맛나다

모두 섬유질 덩어리라는 생각에 그 맛도 식감도 일품이다.

 

 

 

 

 

 

옥수수밭에 손님이 다녀갔다.

우리와 울타리를 같이 쓰는 곳인데 산쪽으로 가깝고 보니

뉴트리아라는 짐승이 장난을 친거라고 한다.

아직 씨알이 채 맺히지도 않은 것을 이렇게 난장을 쳐 놓고 갔다.

 

마트에 가면 옥수수가 제철이고, 오천원이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옥수수를 가꾼 이웃지기는 한개도 제대로 수확을 못했다.

 

천적!의 출몰로 농사가  하룻밤에 게임오버가 되는 걸 보니 맘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울타리도 했건만 쥐보다 크다는 그놈이 못넘을 곳이 없는가 보다. 

 

 

 

 

 

 

 

해거름에 마트 가는 일보다 밭으로 가는 일이 많아졌고

식탁위 찬들도 밭에서 온것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주말이면 삼겹살 파티.

평일 오후에는 먹거리가 있으면

싸들고와서 함께 나누는 곳이 되었다.

 

 

 

누구든 놀러오라고 별장! 열쇠를 자동키로 바꿔주신

청야님께는 무한 감사의 마음 뿐이다.

 

 

 

 

 

 

 

이 옥수수는 강원도에서 구미로 시집온 새댁이 친정 다녀오면서

맛보이고 싶어서 가져온 것이다.

정 덕분에 나는 해마다 강원도 옥수수맛을 제때에 보게 된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인장(청야) 어르신은 언젠가 

 "키다리 아저씨네 집이 되면 어쩔까 걱정했는 데 아닌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 섬세한 결이 농작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미쳐서

이곳은 이웃들의 사랑받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행복의 필수요소 중에 

집말고 놀이터!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공간으로 손색없다. 

 

 

 

 

요 복숭아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복숭아 농사를 시작한

어느 국장님 내외가 농사지은 복숭아인데

맛이 월등하다.

 

포도는 상주 모동포도라고 특급으로 상을 받은 상품이다. 

토마토 역시 지인이 직접 농사지은 것이다.

 

 

 

 

삶의 질은 관계에서 오는것

모든 관계에서 우리는 존재감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人間에서 사이간(間)자를 쓰는 것일게다  

 

농작물을 심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걸 보면서

사람과 사람사이도 함께하는 시간이 씨앗이고 꽃이고 열매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꽃들은 각각의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 맛이 관계에서 누리는 삶의 맛!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한게 함께하는 당신 덕분이라면 

 아픈것도 역시 나와 함께하는 당신 덕분일 것이다. 

다만 나는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을 알고 

덜익은 상태인 것을 인정하고 수긍할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덜 외롭지 않을까.

 

다른 밭보다 고추가 잘자라는 건 정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

  

함께라서 감사하는 시간들은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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