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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 찬스

구름뜰 2015. 6. 15. 09:25


자신의 죽은 아이와 범죄자의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형사

 

 

 
 

 

형사 안드레아스(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갈등의 순간에 직면했다. 아들 알렉산더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충격으로 이성을 잃은 아내 안나(마리아 보네비)는 구급차를 부르려는 그에게 아이를 자신과 떨어뜨려놓을 경우 자살하겠다며 소리친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혼란속에서 안드레아스는 문득 가석방 중인 트리스탄(니콜라이 리 카스)과 산느(메이 안더슨) 부부의 아파트를 급습했던 얼마전 일을 떠올린다. 그곳에서 똥오줌으로 범벅이 된 채 방치된 아기 소푸스를 발견한 그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드레아스는 생각한다. 알렉산더를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잔혹한 학대로부터 소푸스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죽은 아이와 트리스탄의 아이를 바꿔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비극 앞에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흐려진 안드레아스는 자신의 생각대로 충격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형사와 폭력배 역전된 입장 통해
허물어진 善惡경계 세밀하게 묘사
코스터 왈도 입체적 연기 돋보여


수잔 비에르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 또 한번 도덕적 딜레마를 화두로 던졌다. 전작 ‘인 어 베러 월드’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세컨 찬스’는 선의로 한 선택의 결과가 항상 옳은 결정인지, 과연 내가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보편적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던, 누군가에겐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 모순적인 행위에 대해서다.

영화는 안드레아스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따라간다. 이 감정선은 인간의 도덕성을 되짚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데,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아닌 구원이었다고 믿는 안드레아스의 생각과 의지를 그 출발점으로 삼았다. 안드레아스는 형사로서 누구보다 선과 정의를 추구해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도덕적 기준을 상실하게 되었고, 선악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그는 이제 아이를 유괴한 범죄 피의자다. 반대로 폭력을 일삼던 트리스탄은 그로 인해 아이를 빼앗긴 피해자가 됐다. 복수와 용서의 문제를 제기했던 ‘인 어 베러 월드’의 도덕적 딜레마가 이처럼 ‘세컨 찬스’에선 선과 악을 대변하던 두 인물의 상황이 바뀌게 된 아이러니함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카오스적인 삶에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지, 또 그러한 혼돈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다.

흥미로운 건 나도 모르게 안드레아스의 감정과 행동에 이입돼 그를 숨죽이며 따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분명 해서는 안될 행동임을 알지만 공감하고 조심스럽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선을 거스르고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욕망이,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선악의 또 다른 경계로 위치하는 순간이다. 이를 수잔 비에르 감독은 적절한 긴장감과 인물들의 감정변화로 채워가는데 너무나 촘촘해서 그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를 만든 의도는 그 점에서 극명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에 관한 것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양단간의 결정을 낼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말이다.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입체적인 연기로 한층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덕분에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직시하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통찰력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영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