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느티나무 20집 출판기념회

구름뜰 2015. 12. 17. 18:34

 

다독 다작 다상량을 즐기는 사람들....

 

 

  "여기 오면 편안합니다. 이분들이 왜 이런가 보면 글을 쓰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와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의 편을 들어라' 라는 카프카의 말이 있습니다. 자기편이 아니라 세상편을 들기 때문에 할 일도 많고 하실 일도 많고 그래서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진실하게 가실것이라 믿습니다." 올해 질마재 문학상을 받은 이규리 시인이 출판기념회장에서 회원들에게 보낸 축사다.

 

 지난 17일 느티나무 독서회(이하 독서회) 20집 출판기념회'가 구미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장에는 회원 외에도 장하빈 시인과 이규리 시인, 이승태(도립구미도서관장) 박태환 전 교육위원이 참석했다.  "스무 살, 청년이 된 느티나무를 축하한다"며 "한편의 글,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떨리는 순간이 이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문집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이승태 관장의 격려사도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서 시인을 꿈꾼다는'는 캐치 프레이즈로 3년전부터 시창작 수업을 맡아온 장하빈 시인은  "오늘이 20집 기념일 인데 30집에도 이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홍계숙 회장은 "같은 하늘 같은 구미에서 독서회와 인연 맺어주어서 고맙고, 귀한 인연 맑은 물길로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독서회가 도서관에 뿌리를 내린지 20년, 주부들로만 이뤄진 독서회는 매월 첫째 셋째주 목요일에 수업이 있다. 첫째 주는 '독서토론'  셋째 주는 '시인과 함께하는 시창작수업'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넘어 '시인과 함께하는 시창작 수업'을 만들어 준 것도 고무적이다. 초창기 수업을 맡아왔던 이규리 시인에 이어 장하빈 시인까지 독서회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선정도서는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도 편식이 있어서 쉬이 손 가지 않던 분야까지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또한 토론문화가 익숙지 않아 의견 개진을 조심스러워하는 회원도 있지만 대체로 활발한 토론이 전개된다. 작가와 작품 그리고 독자의 관점까지 한권의 책이 주는 다양한 스펙트럼 효과를 보는 시간이 된다.  

 

 독서회가 지난 20년 동안 읽고 토론한 책의 분량도 엄청나다. 1년에 12권은 읽어야 하고 자기 생각과는 완전 다른 독서평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작가가 왜 이렇게? 어렵게? 엉뚱하게? 싶은 분야까지 고민해보고 토론해보는 시간이 주는 만족감도 크다. 혼자 읽고 덮어두어서는 느낄수 없는 것들이다.

 

  올해 수확이라면 매일한글백일장에서 이영숙 회원이 '장원'을 했고 방복숙 회원은 '길위의 인문학 참가 후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한달에 한편의 시를 쓰야하는 부담감과 읽은 책을 토론하면서 품을 넓혀가는 회원들,  다독, 다작, 다상량까지 즐기는 회원들을 보면, 이규리 시인의 축사처럼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글 사진 이미애

 

 

 

 

 기사 한꼭지를 마무리하고 보니 하고 싶은 얘기들이 남았다. 지난 주 감기 몸살중이던 차에 일년에 한번 뿐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평소 잘 하던 일도, 일상이고 습관이 된 일도 몸이 안따라주면 만사 귀찮아진다.  했으면 하는 일들이 자꾸 미뤄지는 걸 보면서 아플때마다 실감하는 건강의 소중함이라니. . 

 

 

 공자는 시를 한마디로 정의하여 '사무사'라고 했다. '삿된 마음이 없는 상태' 삶이 팍팍할수록 가까이 두면 위로가 되는 장르다. 나처럼 못쓰더라도 시를 멀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아이 들여다 보는 듯한 자리 그런게 시가 아닌가 싶다.  오랫만에 이규리 시인이 수업에 동참해 주셨다. 장하빈 시인이 한시간 이규리 시인이 한시간 사람에게서 충전 받는 에너지는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봄날의 아이러니/장하빈

 

룰루랄라 룰루랄라

꽃비 내리는 4월 셋째 주 목요일

느티나무 시녀들 만나러 구미도서관 가는 날

 

 

상미 씨는 지지난달 인천으로 이사 가고

경애 씨는 올 초 구한 직장에 꼼짝없이 매여 있고

영이 씨는 보름 전 '굴마을 낙지촌' 문을 열고

영숙, 선미는 시가 시들해졌는지 못 온다고 카톡 오고

미애, 종숙, 미경. 정숙은  꽃핀 봄날 생까는지 연락 없고

오늘은 여덟 시녀 * 오롯이 둘러앉았다

 

아무래도 우리 목구멍으로 꿀걱하는 것이 시보다 밥이라서

도서관이 아니라 일터로 간 건 지당한 닐

마침 오늘 시창작 강의 꼭다리도 일터 이야기겠다

일 팽개치고 쉼터에 앉은 시녀더러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불가의 말씀 전한다

 

일은 밤, 시는 차 아니런가

아마도 다음 달에는 밤 벌러 다들 일터로 가고

나 혼자 텅 빈 강의실에 앉아 홀짝홀짝 차나 마시며

개 방귀 같은 시로 허전한 봄날을 채우렷다

 

* 시 쓰는 여자의 속칭  

 

지난 사월  쓴 시다. 문집에 실린 시이기도 하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부끄럽다. 

밥벌러 간건 아니지만 갑자기 친정 부모님께 달려갈 일이 생긴 날이었다.

 

 

 

 

 

 

 

 

하악하악, 뒷풀이 시간까지 버텼고 결국 다음날 신열로 나는 완전히 드러누웠다. 

 

 

 

 아프다고 아니 참석할 수 없다. 이런 걸 남기고 싶은 강한 의무감!은 누가 준것도 아닌데 나는 매번 이렇게 신나고 에너지를 얻는 일이된다. 사람좋은건 어쩔수가 없다. 뭔 팔자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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