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나는 쌱 피했다
뒤축을 자갈밭에 묻고
시궁창에 코를 처박고
- 박덕규(1958~)
오로지 나쁘거나 오로지 좋은 것은 없다. 말 그대로 순종(純種)은 없다. 모든 것은 잡종이거나 혼종(混種)이다. 이분법은 근본적으로 무지의 소산이며, 복잡한 세계를 편리하게 단순화시킨다. 문제는 이 단순화가 왜곡이고 폭력이라는 것이다. 왜곡된 이항대립을 피하려는 순간, “양편에서 돌이 날”아 온다. 사이(틈 in-between) 혹은 환유적 겹침의 공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경계와 겹침의 공간에서 합리적 동의를 이끌어내려다 “시궁창에 코를 처박”히기 일쑤다. 반대되는 생각도 겹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 사이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