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에르노의 짜릿한 연애, 벽초의 임꺽정 매력에 중독

구름뜰 2016. 1. 4. 08:30

 

성석제가 뽑은 ‘인생 최고 소설

 

 

 

 

소설가보다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성석제(56·사진)씨에게 지난해 마지막 날 ‘인생 최고의 소설’ 10권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한 성씨, 5분 후에 전화를 했다. 뭔가 성의를 다하기보다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 꼽은 리스트. 하지만 성씨의 독서 체험이 보장하는, 올해 읽으면 좋을 소설 10권이다(순서는 의미 없음). 성씨의 입말을 최대한 살려 ‘선정 사유’를 전한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재작년인가 문학 행사가 있어 다시 읽어야 했는데 조금만 읽고 말려고 했으나 결국 10권 전권을 다 읽었다. 중독성 있다. 10권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이게 열 권이니 됐죠?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굉장한 ‘영혼밀착형’ 소설이라고 할까. 문장이 딱딱 붙는다. 아니 에르노는 자기가 직접 겪은 것을 소설로 쓰는 걸로 유명한데, 연애한 얘기를 정말 짜릿하게 써냈다.

 ▶무라카미 류 『69』=무라카미 하루키 말고 무라카미 류 작품. 아주 옛날에 읽었는데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고등학생 시절을 다룬 작품.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그 무렵 같이 읽었던 작품인데, 환상적 장난이라고 할까, 포스트모던하기도 하고, 굉장히 신선했다. 아직까지 신선할지 모르지만, 한 번 신선했던 것은 오래간다(※편집자 주: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괴짜 야구광들을 다룬 포스트모던 소설로 꼽힌다).

 ▶편혜영 ‘홀(The Hole)’=길지 않지만 선뜩하다. 치열하게 이야기와 소설 세부를 구축해나가 정점에 도달하고 마침내 폭발하는 별처럼 소멸하는 작품이다(※문학과사회 2015년 겨울호 수록).

 ▶전성태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여러 곳에서 심사하면서 하도 많이 읽어서 지겹긴 한데, 익어서 떨어진 열매 같다고 할까,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받아먹으면 되는 작품집이다.

 ▶허먼 멜빌 『모비 딕』=제주도 내려가 있는 김석희 형이 몇 년 전 번역했다. 제주도 갔다가 만나서 책을 주길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다가 결국 다시 다 읽었다. 워낙 유명한 장광설이 좋은 번역자를 제대로 만났다. 대학 때 처음 읽었는데 기념비적인 느낌의 작품.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이다. 소설과 배경이 같은 낸터킷 섬에서 출발한 포경선 에식스호가 고래에게 받혀 난파된 얘기인데, 굉장히 박력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 백작』=내가 읽었을 때는 ‘암굴왕’이라는 제목이었고, 앞 부분이 떨어져 나간 책이었다. 이야기의 승리의 기념탑 같은 작품. 우리보다 앞선 세대, 일제시대에 태어나신 분들께는 훨씬 더 각별한 소설인 것 같다.

 ▶모파상 단편집=프랑스는 단편작가가 별로 없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얘기들을 좋아하고, 잘하고, 많이 하니까 단편 쓰기 힘들 것 같다. 예외는 있다. 모파상 단편 중 ‘목걸이’나 ‘비곗덩어리’ 같은 작품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나쁜 소녀의 짓궂음』=어릴 때 좋아했던 소녀를 나이 들어 다시 만나 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다. 노벨상을 받은 요사의 만년작이지만 대표작이라고 해도 될 만한 작품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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