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구미시청에는 ‘한국 지방자치 경쟁력 평가 구미시 전국 종합 1위’라는 현수막이 걸렸었다. 구미시민명예기자로서 궁금했었고 관련부서에 물은 적이 있다. 사)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정부공식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59개 지표를 분석, 시군구별로 순위를 매긴 것이었다. 그런데 평가 결과 특이하게도 구미시를 비롯한 인구 40~60만 정도의 도시가 창원시, 용인시, 수원시, 고양시 등 인구 100만 수준의 도시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있었다. 지방자치 발전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도 덧붙여 있었다.
도시의 경쟁력은 요즘 같은 지방자치 시대에는 도시가 가지는 저마다의 특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인구가 많고 재정규모가 크다고 해서 경쟁력 높고 살기 좋은 도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의 많은 위성도시들은 인구가 밀집되어 말 그대로 ‘베드타운(침상도시)’의 역할을 주된 기능으로 한다. 그러나 이 도시들은 근본적으로 주변 도시와 환경에 종속되어 도시기능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이에 반해 구미는 신라불교 최초 전래지이자 조선 성리학의 본향으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정신문화의 산실이다. 근래에는 과감한 수출정책과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가경제의 기틀을 다진 ‘압축경제 성장’의 표본 도시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내륙 최대의 수출산업도시이자 과거 선산군 지역 중심으로 농·축·수산업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도농복합도시로, 명실공히 ‘생산도시, 자족도시’라고 할 수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6만1000불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최근 10년간 국가5단지와 확장단지를 중심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탄소섬유, 전자의료기기, 자동차부품, 국방산업 등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며 끊임없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또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를 마주하며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외적으로 산업도시의 이미지도 남아있다. 구미에 터전을 둔 사람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봐 온 구미시의 변화되어가는 환경은 무척 고무적이다.
우선 도시가 아름다워졌다. 곳곳에 나무와 꽃이 있어 눈 가는 곳마다 환경이 쾌적해졌다. ‘녹색도시 구미’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일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이 이뤄낸 성과다. 타지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사람들의 말처럼, 회색도시, 굴뚝도시의 이미지는 이제 정말 옛 이야기가 됐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것은 ‘사람을 키우고 도시를 키우는 힘은 독서에서 출발’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의 책 읽는 도시 분위기다. 2015년 전국문화시설총람에 따르면 구미시내 도서관 열람석이 인구 4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중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장서 보유는 시민 1인당 2.4권으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경북도내에서 당연 1위다. 도서관 수도 공공도서관이 6개, 작은 도서관 기능을 갖춘 새마을문고 37개소, 작은 도서관 2개소도 운영 중이다.
구미에서 수십 년 살아왔지만 최근 10여년 간 구미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산업뿐 아니라 문화, 교육, 복지, 환경 등 도시민의 삶이 더 풍성해졌다. 이제 구미는 그야말로 ‘자족도시’, 더 나아가 ‘명품도시’로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정서가 구미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공고해지길 바랄 뿐이다.
‘지방자치시대 경쟁력 1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타지 사람들이 느끼는 구미시의 매력과 가치보다 그것을 누리고 사는 시민들이 참 주인이 될 때 구미시는 자족형 명품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미애 구미시 시민기자 -[경북도민일보] 오피니언 기고문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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