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트인 딸 한마디 한마디
아빠는 받아 써 책으로 남겨
시인 류경무와 딸 류도이영. |
류경무 시인(50·구미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근무)이 늦둥이 딸(8·류도이영)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엮은 동시집 ‘이건 새맛이다’를 펴냈다.
‘아이가 말하고 아빠가 받아 쓴 동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건 새맛이다’는 늦둥이 딸을 키우는 작가가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 특별한 경험을 부정(父情)으로 만든 시집이다. 세 살 때 말문이 트인 딸이 내뱉은, 상상력 폭발의 엉뚱한 말들은 시인 아빠의 눈과 마음에는 귀하고 소중하게 남았다.
방금 새 이빨로/ 과자를 씹었다/ 이건 새 맛이다(새 맛)
동네 골목에서 자전거 타니까/ 여러 가지 냄새가 난다 / 생선 굽는 냄새/ 강아지 냄새/ 흙을 쌓아 놓은 냄새/ 다 섞여서/ 이상한 바람의 냄새가 난다(바람의 냄새)
이건 중요한 느낌 중에 제일 중요한 건데/ 기분 나쁠 때는/ 솜사탕 먹어도 하나도 맛 없어(중요한 느낌)
딸이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새로운 말의 맛을 느낀 아빠는 “이 녀석이 참 재밌게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다 어느새 연필로 받아 적기 시작했고, 그것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재미 삼아 페이스북에 올리긴 했지만 딸의 한마디 한마디는 류 작가를 감동시키다 못해 소름돋게 했다. 한술 더 떠서 ‘익어가는 나이와 마음으로 쓰는 것이 시(詩)’라는 류 작가의 고리타분한 30년 된 편견마저 버리게 했다.
예상과 달리 ‘딸의 말’ 들은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선하다” “기발하다” “꼬마 시인이 탄생했다”는 등의 칭찬이 쏟아졌다.
‘당신의 딸 도이영은 태어날 때부터 시를 품고 왔다. 도이영이 세상에 와서 한 말들은 모두 시가 됐다’며 성장기 시집으로 남기라는 어느 시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류 작가는 결국 시집으로 엮었다.
어느 날 동시 쓰는 충주의 이안 시인이 “이 시를 아이가 직접 쓴 거예요?”라는 물음에 “아니어요, 도이영은 아직 글자를 쓰지 못하는 아이랍니다. 아이의 말을 제가 받아쓴 거지요”라고 답했다는 류 시인은 곧바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건 새맛이다’의 저자가 딸 도이영인지, 아니면 자신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 작가는 시집의 표지와 간지의 모든 그림을 딸의 작품으로 도배했다.
류 작가는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99년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했다. 지난해 문학동네에서 첫 시집 ‘양이나 말처럼’을 펴냈다.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애 시민기자 m0576@hanmail.net
기자들에게 신문 1면은 로망이다. 1면은 가장 시의성 있고 핫한 뉴스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해 두었더라도 밤사이 큰 사건 사고가 터지면 2면 3면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명예직이지만 기자 생활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이번 '이건 새 맛이다'를 취재하면서 가정의 달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내심 했는데 운 좋게도 1면 첫 자리에 올랐다. 그 상징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내겐 처음 있는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인데. 취재원인 류경무 시인의 첫 시집 제호 '양이나 말처럼'이 '양이나 알처럼', 출판사 '문학동네'가 '문학시집'으로 오타가 났다. 편집과정에서 생긴 문제고 보니 나는 속이 상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도 류시인에게 미안하다.
내가 한 일이 아님에도 자리에 따라서 내 책임인 경우가 생긴다. 하는 일의 경중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름이 나가는 일에는 적어도 그 이름이 책임 질 수 있도록 하는 여과과정이랄까 점검과정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바로 인쇄 들어가는 이 과정에서 나는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고의야 아니겠지만, ,, 그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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