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꽃과 함께 식사

구름뜰 2016. 8. 29. 21:04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

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

죄스럽게 꺽어왔다

그 여자를 꺽은 손길처럼

외로움 때문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

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 놓고

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

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

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

둥글고 노란 꽃판도

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

꽃이 식탁에 앉고서부터

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주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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