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가해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무원, 해마다 ‘노털상 후보’에 오르는 문인, 대형 로펌의 대표처럼 잃을 게 많은 갑보다는 매니저, 지배인, 작업반장이라는 평범한 직함으로 불리는, 을에게 갑질하는 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주목을 끌지 못한다. 가해자가 카지노 재벌이든 프랜차이즈 점장이든 성범죄는 성범죄인데 말이다.
미투 캠페인의 확산 속도에 놀란 정부와 국회가 대책위원회를 만드느라 바쁘다. 다들 진상 규명과 관계자 처벌, 성폭력 문제 근절, 성범죄 없는 일터 만들기를 약속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중고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에 동의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었으니 청와대의 공식 답변도 곧 나올 것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든 미투의 외침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침묵하는 이들에게도 귀 기울여야 모두를 위한 해결책을 들을 수 있다.
-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