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 카타르시스의 효과가 있고, 심지어 물리적인 고통을 완화시킨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 극심한 산고를 겪는 산모들이 무의식중에 사나운 말을 해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란다(『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하지만 이런 욕은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흠집 내려는 목적이 없는, 즉 폭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특징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악담을 퍼붓는 욕쟁이 할머니를 아무도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작정하고 내지르는 공격적인 욕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옛말에 “혀엔 뼈가 없지만 심장을 찢어버릴 만큼 힘이 세다”고 했다. 그러니 너나없이 세 치 혀를 쓰는 일에 좀 더 조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는 건 언젠가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해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소리일 테니 말이다.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밤샘토론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