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를 위한 뽕 재배가 아니라
오디재배를 위한 뽕나무가 있는
삼백의 고장 상주엘 다녀왔다
지인의 지인이라 먹거리도 준비
소풍같은 나들이였다
신록의 계절 벌과 나비처럼
갈 곳 놀 곳도 많은 계절이다
수확기라 농부는 흐뭇하고
오디 찾아온 이들은
입가가 시커매지도록 즐겼다
오디 먹은 입은 숨길 수가 없다
혓바닥은 흉칙해지고
따다보면 뺨에도 코에도 즙이 묻는다
점잖게 먹었는지 급하게 먹었는 지
얼굴에 그림이 그려진다
예쁘게 먹기란 쉽지않아서
제 얼굴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고
동무들 얼굴 보면서 까르륵 넘어 간다
오디 덕분에 한나절 웃음
꽃이 밭가로 넘쳤다
먹는 건 자유고 가져가는 것만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어릴적 우리집에도 뽕나무 밭이 있었는데 이렇게 풍성한 오디는 처음 본다
빨갛던 것이 익기 직전에 뻥튀기처럼 커지먼서 까매진다고 한다
그러니 익은 것은 크고 까맣다
손대면 톡 터지는 봉숭아처럼
익지 않은 것들은 불가능한 몸짓이다
오디의 축제는
지금부터 한달 정도라고.
오월!
갈 곳이 한 곳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