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어느 날, 우리를 울게 할

구름뜰 2019. 12. 23. 22:14

 

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다 내 엄마 같다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

무심하게 돌아갈,

어깨가 동그럼하고

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

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모습도 닮는 걸까

좋은 것도 으응

싫은 것도 으응

힘주는 일 없으니 힘드는 일도 없다

비슷해져서 잘 굴러가는 사시

비슷해져서 상하지 않는 사이

앉은 자리 그대로 올망졸망 무덤처렁

누우면 그대로 잠에 닿겠다

몸이 가벼워 거의 땅을 누르지도 않을,*

어느 날 문득 그 앞에서 우리를 울게 할,

어깨가 동그럼한 어머니라는

오, 나라는 무덤

ㅡ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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