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수필

보리밥

구름뜰 2020. 5. 7. 08:00




쌀 한 톨도 귀했던 60년대
보릿고개에 첫 딸을 낳은 엄마

젖 뗀 어린것에게 보리밥을 먹이면
보리가 삭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스무 살 적 부모님
열심히 일하면 보리밥은 면할 줄 알았기에
선 새벽부터 일하고 싶어
첫 닭 울기만을 기다렸다는데

일에도 허기가 졌을 리야 없을 터인데
내 일 끝나고 나면 얼른
큰집 농사일 도와 드리러 갔다
저녁이 해결되어 그게 좋았다고

이런 세상 올 줄 몰랐다고
이보다 좋은 세상없다면서도
아직도 나만 보면 보리 똥 얘기다

쌀 한 됫박만 있었어도...

지천명 지난 딸을 두고도
부모님 가슴속에는
아직도 소화시키지 못한 보리밥이 있다

'my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은 감자  (0) 2020.07.05
우두령 고개  (0) 2020.05.19
그들은 함께 호두를 먹었다  (0) 2018.11.21
오는 손님 돌려보내는 서비스   (0) 2014.10.29
김주영과 함께 간 ‘객주’…“책 속에 보물이 있다”  (0) 201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