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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두박스

"폭삭 망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친정에 복숭아 따러간다던 요가원 막내가 전해준 과수원 안부 하늘은 마음이 있기는 한지 작년엔 1000박스를 수확했다는데 폭염에 수시로 호우특보가 내리고 200년 만이라는 강수기록도 있다 약을 치면 비가 오고 또 치면 또 씻어 내리고 탄저균은 전염병처럼 걸리면 초토화시킨다고 옆 과수원도 함께 약을 쳐야 한다고 과수원이 모래성도 아니고 에멜무지로 하는 일도 아닌데 "아버지께서 그냥 먹으래요" 이게 다라는데 그냥이 안되는데 그냥 아니면 되가져갈 거라는 막내 복숭아가 복숭아가 아니고 먹는 일이 먹는 일만은 아니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봄에 꽃 따러 가고 열매 추슬러갔던 밭 꽃송이 송이마다 눈길 손길 안간 곳이 없는데 이틀만에 폭삭할수도 있다는 걸 상상으로도 가능한 ..

사람향기 2024.07.17

금오산 아침풍경

구미에도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장맛비가 야행성 인지 밤마다 산은 몸서리를 친다 비가 다녀간 흔적은 유리창마다 수채화를 남기고 금오산 아침풍경은 마지막 인사처럼 운무가 걷히고 있다 상쾌하다 외로움이나 고독같은 건 지그시 지구력 있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과목이다 사진은 되새기고 싶은 그리움이기도 하고 지녀낸 고독을 격려이기도 하다 혼자서도 족한 날들에 습기(習氣)가 든 것 같다 아침이면 지난밤은 추억이 되고 지나온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건 아니었기에 공기까지 샤워한 것 같은 지금이 가능하리라 호흡처럼 상큼하게 만들어볼 오늘이다

사람향기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