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위로 / 권미자
경자 그 아이는 꽃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잿빛 냇물 흐르던 광산마을 모래펄은 은빛으로 눈이 부셨다 강구벌레가 지은 오목한 모래 뻐꾸기 집 파 내려가면 뻐꾸기가 뻐꾹, 하며 나올 것 같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놀았다 엄마는 안 오고 등에 업힌 어린것이 자꾸 보챘다 후딱, 일어서려는데 아기 허리가 뒤로 젖혀져 넘어갈 뻔하였다 ' 이놈의 지지배' 밤부터 아기는 신열이 끓고 아팠다 아기가 뒷산에 동그마니 묻힐 때까지 그 일은 비밀이었다 봄날, 몰래 가 본 무덤에 생겨난 보라 제비꽃 아기는 가냘퍼서 제비꽃이 되었나 보다 자꾸만 납작해지는 기억을 꺼내 들고 엄마를 찾아갔던 날 "아기 수명은 거기까진 게야, 니 탓이 아녀' 엄마는 밤바다처럼 말했다 외로울 때면, 마음 저편에 웅크려 앉은 작은 아이가 보인다 비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