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이 다숩게 익어가도 우리 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 다녀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란 당가 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걸이 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아래를 쳐다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 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 내라 나무야 심 내라 땅심이 들어라 땅심이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어머님은 가을걷이를 마치신 후 감나무 주위를 파고 퇴비를 묻어주며 성호를 그으셨다 꽃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