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그동안 무얼 했길래 2

구름뜰 2007. 10. 18. 11:22

나이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선생님은 한국 최고의 거장이 되어 있다.

나도 마흔에 등단이란 걸 했는데 무엇때문인지

그동안 한 일도 없이 지내온 듯 하다. 

 

그래도 등단이란 걸 하기 전에는 습작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도백일장,시백일장,각종문예대회 등 행사가 있는곳이면 동인들과 함께 달려갔고

장원을해서 대회를 하나씩 졸업하게 되는 영광을 맛볼때의 충일함은 

그 무엇으로 비교할수 없는 기쁨이었다. 

처음으로 구미문예대회에 참석했던 일,

월드컵  이라는 시제를 받고 받아든 원고지 10장을 2시간 안에 채우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던일, 그리고 늦은 밤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의 기쁨 등등,, 

그래도 그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평가하고 시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도백일장 같은 경우는 시대표로 나가기 때문에 무척 부담을 안고 참석하는 자리였었다.

시에서 직원들이 함께 참석해 주었고 제반사항을 신경써주었기에 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시제를 받아 2시간 만에 쓰서 제출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심사가 이루어졌고

수백명의 참가자들 못지 않게 심사위원들도 많았었다.

운좋게도 현장에서 바로 호명받아 시상식까지 진행되는 행사장에서 그래도 

두해 연거푸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었다. 

그때의 시상 소감이란 정말 세상을 다가진 듯한 기분을 맛보는 때였다.

지만 수상횟수가 늘어가면서 기대만큼 아닐때는 타성이 젖어 실망하기도 하는 나를 보기도 했다.

어쩌면 글쓰기의 순수함을 잃기에 가장 좋은 것이,  백일장 무대라는 생각이 든적도 있었으니 

순수를 잃어가는 거였는지도 모른다.

어떤이는 백일장은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춰서 글을 쓰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정작 등단이란건 아마추어 대회 출전과는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게을러 지는지도 모른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멈추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감성도 사람에 대해 실망하거나 하면

금새 식어버리기도 하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나를 닫고 마음까지 닫아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어쩌면 닫고 싶어서 미리준비하고 실망이라는 방어막을 준비해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문사에  1년 남짓 기사쓰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이 참 다변적이란걸 알았다.   

잡지사에 원고 몇 편, 그리고 주변에서 원고 청탁 올 때만

습잡하듯이 붙들고 늘어지는 것으로 다였던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한 4년이라는 기간은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때 경험했던 일들은 내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2년 동안의 문예창작 공부와  수필공부!

쓰는 습관은 많이 줄었어도 덕분에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습관은 남아서

나는 보고 싶은 책을 맘껏 사보는 것으로 족해하며 지낸다.

 

모두 물거품이 된건 아닌데..권이 녀석은 엄마가 한심한 건지.

 "동인지 같은 것 말고 엄마 책 좀 내지" 라며  남편보다 더 나를 재촉한다. 

내게 다른 것 하지 말고 글쓰라고... 

그럴때마다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싶지만 녀석에게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녀석이 제대로 나를 응원해주는 놈이란걸 알기에 할말은 없지만 기분은 좋다.

 

언제가 될지, 언제쯤 내가 다시 깨어날지.

내가 다시 예의 내모습으로 나만의 글을 쓰게 될날이 올지 나는 모르겠다.

 

지금 잘 지내고 있고,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잘 들여진 습관만 있는건 아니지만

별로 손댈 것이 없는 녀석들로 자란것 같다. 이제는 하고 싶었지만 못해봤던 일들을 찾아서

하나 하나 해 보기에도 좋은 때다.

시간의 힘은 엄청나다.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흘렀을 뿐인것으로 가능해지는 것들을 보면,

그러니 나이드는 건 미리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게 더 많아지는 건지도 모른다.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내가 조금씩 더 여유있고 성숙해져간다면 

다시 글을 쓸수 있을 날이 올거라는 생각으로 좀 느긋이 기다릴 련다.

애쓴다고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쉬어야 할 때 인 것 같다.

 

박완서 선생님은 일흔이 다 된 나이에도

속속들이 뽑아내는 [신간]들을 볼 때마다  그분이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호미]도 그랬고  최근 신작[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러다간 내게 오십이란 나이도 금방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땐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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