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도라지 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약간은 쌉싸릅한 도라지를 고추장 양념으로 무쳐 먹으니 입맛이 돈다.
설 쇠러 서울큰집 간다고 구메구메 보따리를 챙겨오신 어머님이 어제 부터 줄곳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계신다. 명절에 큰집에 무어라도 가져가고 싶은 어머님 마음이다.
도와드릴려고 했더니 손톱밑만 시꺼매지고 영 신이 나지 않는다.
신랑이랑 거들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껍질 벗기는 일이 힘들어 못 먹겠다"고
이런 시답잖은 말에는 대꾸조차 않으시고 초지일관
어제 오늘 도라지 껍질만 벗기고 계시는 어머님.
도라지 껍질 벗기고 계신 어머님 보면서 잠깐 거들고 마는 것이 꼭 이내 심사다.
이런 마음의 본질은 무엇일까.
설날이면 딱 한번가는 큰집이건만 저렇게 구메구메 싸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하신겐지...
나만 애쓴다는 교만과 자만일까. 치사하지만 이런 용심은 명절증후군 탓인것같다.
내 깜냥이 여기까지 인지 마음이 잘 다스려 지지 않는다.
식욕도 몇일째 없고 어제와 그저께는 편두통으로 힘들었는데
어제 오후엔 푹 잤더니 편두통이 없어졌다.
하루 종일 식구들 식단에 매달리는 것도 짜증이 난다.
주부습진이 올려는지 손바닥이 신호를 보내온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복이 있다 했던가.
어쩔꺼나 이내심사
마음이 편치 않으니 내 얼굴인든 편안할까.
출근하면서 화났냐고 삐졌냐고 한다.
삐지고 싶은데 화나고 싶은데 먼저 눈치채고 묻는다.
안 그렇다고 했다. 웃기지 않나 그렇다고 '그럴려고 한다'고 할 수도 없으니...
내 그릇의 한계인가.
모르겠다.
명절지나고 나면 마음이 달라질려는지 상황에 따라 마음도 변하는 것이니
시간이 해결해 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