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매년 1월이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한 해 동안의 쌈짓돈 곗돈까지 다 드러납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잔액조회를 해보니 매년 일어나는 상황 어머님의 쌈짓돈 통장이
또 하나 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수입원이라고 딱히 없는 어머님은 신기하게도 매년 통장이 하나씩 늘어 있습니다.
당신이 사시는 모습을 알기에 그 돈은 거의 어머님의 목숨 같은 돈입니다.
당신의 자존심 지키는 일 인양, 쌈짓돈을 지키시는 어머님을 보면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잔고 조회한 계좌를 읽으면서 여기는 얼마 여기는 얼마 하다보니
“야야, 나는 통장 글자는 볼 때마다 헷갈리더라 ” 하십니다.
앞에 원자 기호가 붙은 것도 그렇고, 동그라미가 다섯 개 여섯 개 있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창구에서 읽어주는 것으로 확인하는게 다였다는 걸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열일곱부터 교회를 다니셨고 지금도 시간만 나면 성경을 읽으시는 분이
숫자를 못 읽으시라는 건 생각도 못한 게지요.
성경에는 숫자가 한자로 되어있다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노트에다 칸을 만들었습니다. 1부터 9까지는 쓰셨고 10을 어려워하셨습니다.
10원 동전을 보여주고 100원 500원 천원까지 보여드리니 돈은 알겠는데 하시며
그동안 숫자로 아신 것이 아니고 모양으로 아셨던 것이었습니다.
곧장 20, 30도 잘 쓰셨습니다. 그렇게 99까지 쓰고
세자리로 바뀌는 100을 이해하기가 힘들어 하더군요.
노트에 120까지 써놓고 한자씩 순서대로 쓸 때는 백일 백이를 읽으시며 쓰시는데
그냥 숫자를 세자리 써놓으면 못 읽으셨습니다.
234를 써놓고 읽으라하면 이십 삼십 사, 이십 삼사, 백 단위를 넣어라고 하면 백이삼십사,
도무지 읽어내질 못했습니다. 세자리 수를 띄워 써놓고 백과 십을 넣어주면 읽으시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써놓으라고 합니다. 그건 써 놓는게 아니고 읽을 때 넣어서 읽는 다고 해도 이해불가십니다.
23은 읽을 때 십을 넣듯이 백 자리도 넣으라고 하면 십자리는 십이니까 넣고 백자리는 왜 넣어
읽는지 어머님께는 이해불가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오늘아침 식사 후 곧장 20까지 쓰시고는 들어가 누우셨습니다.
어제 학습량(근 4시간)이 너무 많았던지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오후에는 백 단위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저는 벌써 어제저녁 남편이 기특하다고 강의료 까지 챙겨주어 5만원까지 받았고
확실하게 이해시키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생각 안 납니다.
그냥 101부터 200까지 써다보면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깨치실지... 아이고 어머님 좀 도와주세요.
2008 1 25 카페 올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