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경남 거창 웅양 굼뜰, 내 고향 산하는 내 유년의 기억처럼 고스란히 그대로 였다!
이 봄에 축복처럼 사촌 여동생이 시집을 간단다. 고향 거창에서..
세월의 흔적처럼 마을 주변 논에는 더러더러 새 집이 들어서 있었다.
어릴적, 아주 어릴적 마을 앞 호랭이 바위에 올라가서 우리 마을을 내려다 보면
마을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던 사과 밭! 그 주변으로 뺑그르르
반달 모양으로 둘러앉은 모양새가 예쁘고 정겨운 기와집 스레이트 집들,
해거름이면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논 바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불려 들어갔다.
아이들과 놀이를 접고 집으로 향해도 별로 외롭지 않았던 것은
굴뚝 연기가 주는 메세지, 그것이 가마솥 연기라는 포만감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이맘 때면, 양지쪽에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제법 제 색을 드러내던 뽀얀 쑥과 냉이를 뜯으러
봄 볕을 쫒아 다니듯 온 들을 뛰어 다녔었다.
혹여 시간나면, 고향 봄동산에서 나물이라도 캐어 볼 요량으로 과도까지 챙겼지만,
서울에서 미리 와 1박을 한 영애언니와 경애가 먼길이라 식이 끝나는 데로 갈길을 재촉했다.
배웅도 해줄 겸 내친김에 구미 터미널까지 동행했다.
거창을 지나 봉순이가 사는 원동, 봉순이네 사과밭은 거창에서 10분도 안되는
3번 국도 좌측편에 있다. 그리고 소꼴, 어릴적 소가 없었지만 제일로 가고 싶었던,
소가 있어야 간다고 생각하며 소가 없이 가는건 왠지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그 소꼴!
그리고 내 고향 굼뜰..
사과밭!은 작아졌는지 없어졌는지 새로 들어선 집들 보느라 놓치고 말았다.
웅양초등학교 내 모교, 친구 정희네 집이 있는 적하, 그리고 외가가 있는 대동,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그 집을 지키고 계신 외삼촌과 외숙모가 계신 곳,
조금만 조금만 더 가다보면 고모집이 있었던 대덕면,
지금은 청암사로 들어가는 새 길이 만들어진 곳,
이어 이모 이모부가 사시는 김천 황금동까지
그렇게 3번 국도를 달리는 기분은 달떠서 진정이 어려운 마음이 된다.
꼭 사춘기 소녀적 마음이 된다. 길에도 짝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오늘에사 알게 된다.
지례 흑돼지 맛이 좋다고 꼭 한 번 들러서 먹어보라며 삼거리 식당에 들렀다.
고기 한 봉지씩 사서 언니들에게 들려주고 나니 벌써 고기맛보다 더 배부르고 맛있는 건 나다.
구미 터미널까지 오는 동안 오랫만에 정겨운 사촌언니들과 나눈 정담들로 인해
나는 삼월 한 달 내도록 행복할 것 같다.
사람이 좋은 건 이유가 없는 게 맞다.
분명 그냥 좋은 거다.
고향도 고향사람도 그냥 좋다.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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