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 악극 [번지없는 주막]
악극 [번지없는 주막]이 극단 파피루스 주체로 오는 19~21일까지 예술회관 소공연장에 오른다.
일제시대 때 가난 때문에 명월관 기생으로 전락한 순애와 삼봉의 얽히고 설킨 운명의 장난 같은 질곡진 삶을 조명한 신파악극이다. 이번 공연의 특색은 주옥같은 우리의 전통가요 [번지 없는 주막, 나는 열입곱 살이예요, 비내리는 고모령, 불효자는 웁니다 감격시대]에다 화려한 춤을 믹서하여 극 중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라이브 밴드에 맞춰 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콘서트장 못지 않은 분위기까지 연출해 낼 것 같다는 기대도 크다. 특히 어른들에겐 훨씬 공감하기 쉬운 악극이 될 것같다.
김장욱 연출자(46세)는 “시대극이 주는 괴리감을 메우려 애썼고, 젊은이들을 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여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고 싶다”고 했다.
생활고로 힘들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가족의 소중함과 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이 번 악극에 부모님과 함께 추억 만들기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공연일시 : 6월 19일 ~20일 pm 7시 30분 / 6월 21일 pm 4/30 7/30분
예 매 처 : 롯데리아 구미점 동아백화점 춘양당서점 등 시내 20여곳
공연문의 : 054 -451 9724, 451-3040
극단 파피루스(인류최초의 종이란 뜻)
귀동냥으로 극단 ‘파피루스’ 얘기를 처음 들은 것은 4~5년 전쯤이다. 서울에서 연극하던 분이 구미에 극단을 창단,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때 나는 문화예술인도 연극인도 아니었지만 구미시민 인 것만으로도 든든한 언덕배기 하나 생긴 듯해 기분이 좋았었다. 진즉에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고 지난 주말 [번지 없는 주막]취재차 연습실을 찾으면서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보단 반가운 자리가 될 거라는 기대가 앞섰다.
2번도로 입구(금오산 사거리쪽)에 있는 파피루스에선 [번지 없는 주막]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단원 20여명 중에 연극을 전업으로(5명)하는 분 외엔 학생이나 직장인 이다 보니 연습하다 보면 금새
새벽이 된단다.
2시까지는 단체 연습이고 그 후는 선배에게 지도를 받거나 조언을 구하는 등 개인 연습시간이란다.
새벽4시쯤이라야 모든 연습이 끝난다며 벌써 두어달이 되어 가지만 그들에게선 생기가 넘쳤고 젊었다. "주변에선 밑지는 일을 왜 하냐고 하기도 하지만, 연극을 업이라 생각하며 구미문화예술을 위해 우리라도 안하면 뭐가 남겠느냐는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김연출자의 말에 고맙다고 해야 할지 딱히 할 말이 없어 나는 그냥 미소만 짓고 말았다.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이영주(29세)단원은 “대사나 캐릭터가 잘 안 풀릴 때가 힘들지 연습량으로 힘들 것은 없어요” 최현경(23)단원도 “다들 열심히 하니까 힘든 줄은 몰라요, 대사 분량보다 리액션( 다른 연기자의 대사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 작용으로 나타내는 연기)이 훨씬 더 힘들다” 고 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여주인공 ‘순애’역을 맡은 이윤숙씨는 연습중임에도 완전한 몰입으로 눈물을 보였다. 다음 신을 위해 감정을 추스르며 눈물을 훔쳐내는 그녀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피루스의 대표이면서 서울에서 극단 [미추]의 단원이었던 곽유순(45세)씨는 극단의 모토가 [즐기자]라며 남편인 김연출자와 함께 단원들에게 즐기라고 거의 세뇌(!)를 시켰단다.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버벅대는 부분이 생겨도 그는 기다려 주는 여유를 보였고 배우들도 호흡을 가다듬어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연습장면을 관람하는 내도록 나는 그들의 넘쳐나는 에너지가 즐김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극 관객은 영화와 달라요.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연극이 재밌구나” 라는 것을 한번이라도 온 관객에게는 반드시 심어주고 싶다는 김 연출자의 얘기를 듣다보니 구미 문화가 꿈틀거리며 자생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저변이 조금씩 확대되어 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명품 도시는 명품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자생하며 지역 공연예술 창달에 애쓰는 사람들, 명품도시의 슬로건에 걸 맞는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라도 구미사람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도 도에서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공연으로 가능하다며 시에서는 아직껏 한 번도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잘 익은 열매를 따먹거나 사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 말고, 우리가 직접 거름 주고 병해충 예방해주며 키우고 열매 맺도록 문화도 생산에 역점을 두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첫걸음은 지자체의 지원일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도 우리만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으며 팔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인구의 저변확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울 사람들 살찌워주는 일 말고 구미사람들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지자체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로 [찾아가는 연극]하고 싶어
기자의 중.고교 시절에는 [문화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로 시험이 끝난 뒤에 있었는데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모두 극장으로 영화 관람을 가는 거였다. 그 시절의 문화나들이는 소풍보다 훨씬 더 신나는 일이었다. 그 때 본 연극이나 뮤지컬은 신선한 충격으로 오래도록 머릿속에 각인되어 영상과는 달리 무대공연의 독특한 에너지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감동이 인문학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것에 일조했음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작년에 파피루스에서도 문화교실이 있었다고 한다. [배비장전]을 선주중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원했고 공연시간을 가외로 만들어 학생들만을 위한 공연을 했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 보람 있었다고 했다.
김연출자가 꼭 해보고 싶은 일도 중. 고등학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옥같은 단편 작품 (현진건의 ‘운수좋은날’ 또는 김동인의 ‘감자’ )들을 연극으로 만들어서 학교 강당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책으로 알았지만 연극으로 접하면 수능 논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학교 강당에서 전교생이 모여 연극관람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문화교실 시간이 될 것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연극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접하게 하는 일이 구미 문화의 새싹들을 키우는 일이 되고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다.
강당이 없는 곳에는 트럭에 세트를 만들어서라도 찾아가고 싶단다. 이렇게 좋은 기획안이 있어도 재정적으로는 거의 제자리걸음도 힘든 상태라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단다. 그의 뜻이 관철되어 우리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소중한 문화체험을 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해간다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자양분이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든다면 이런 경우를 말할 수 잇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 사진 이미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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