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
1905~1908 180 x 180cm 빈오스트리아미술관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클림트의 <키스>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클림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황금빛이 더욱 매혹적인 이 작품은
꽃들이 가득한 벼랑에서 클림트의 영원한 쏘울메이트,
에밀리 플뢰게를 안고 입맞춤하는 클림트 자신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다.
Liebe (사랑)
1895년 60 x 44cm 빈역사박물관
'키스'는 클림트가 즐겨 그린 주제이다.
<사랑>에도 어둠 속에서 한 쌍의 연인이 막 키스를 하려는 순간이 낭만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충만
1905~1909 오스트리아전위미술관
'美의 상아탑' 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스트클레 저택을 신축할 때 클림트는
식당의 벽면에 '생명의 나무'를 모티브로 한 <스트클레 프리즈>를 제공했다.
<충만>은 이 아름다운 장식 벽화의 한 부분이다.
생명수 아래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깊이 포옹하고 있다.
기다림
1905~1909 오스트리아전위미술관
<스트클레 프리즈>의 '생명의 나무'아래에는 연인 뿐만 아니라
이집트풍의 무희도 있다.
'기다림'을 은유하는 무희는 춤을 추면서 생명의 나무와 융합하고 있다.
이 생명수는 <창세기>에서 에덴 동산의 '선악과 나무' 바로 옆에 있던 나무로
<요한 묵시록>에 의하면 이교도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여인에 대한 테마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
1902년 181 x 84cm 빈역사박물관
에밀리 플뢰게는 클림트가 이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절히 찾았던 영원한 연인이다.
글쓰기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클림트가 에밀리에게는 4백여통의 엽서를 보냈다고 하니
에밀리를 향한 클림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은 클림트가 그린 에밀리의 초상화로 유명하지만,
정작 에밀리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후문...
클림트는 이 그림을 팔아버린 후에 두 번 다시 에밀리의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델리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
1907년 138x138cm 개인소장
<유디트1>에서 관능적인 유디트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 아델리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는
클림트가 그린 초상화 중에서 가장 세련된 작품으로 평가 받고있다.
하나의 장식처럼 그림 속에 붙박힌 아델리 블로흐 바우어는
마치 황금새장 속의 새 같다는...
마르가레트 스톤보로 비트겐슈타인의 초상
1905년 180x90cm 뮌헨노이에파나코텍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누이인 마르가레트를 그린 이 그림은
결혼을 앞둔 그녀를 위한 그녀 아버지의 선물이었다.
미모와 지성, 재력을 모두 겸비한 마르가레트는 독립심이 강하고
뚜렷한 주관을 가진 선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꽃무늬 자수가 놓인 드레스를 입고
엉거주춤 서 있는 여인에게서는 마르가레트의 본 모습을 찾기 힘들다.
물론 마르가레트도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초상화를 다락방에 집어넣고 새 보금자리로 떠날 때는
가져가지 않았다는...
프레데리케 마리아 베어의 초상
1916년 168x130cm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어릴 때부터 빈의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자란 프레데리케는
세기말 빈의 가장 유명한 세 화가,
에곤 실레, 클림트, 오스카코코슈카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의뢰했다.
코코슈카는 프레데리케의 부탁을 거절했고,
실레와 클림트의 초상화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당신을 통해 영원한 존재로 남고 싶다'라는 말로 크림트의 수락을 얻어냈다고 한다.
한국의 무당집이 생각나는 듯..
(신화에 대한 테마)
다나에
1907~1908 77x83cm 개인소장
손자에게 살해되리라는 무서운 신탁을 받은 아크리시오스가
자신의 아름다운 딸 다나에를 청동탑에 가두어 버린다.
어떤 남성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지만 그리스 최고신 제우스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곳은 없다.
황금비로 변한 제우스가 청동탑에 갇힌 다나에에게 찾아든다.
<다나에>는 제우스를 맞아들이는 육감적인 다나에의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유디트1
1901년 84x42cm 빈오스트리아미술관
유디트는 성서 속 인물이다.
<구약성서> 외경인 '유딧서'에서 정숙한 여인 유디트는 자신의 미모로
이스라엘을 유린하는 호로페르네스를 거짓 유혹하여 그의 머리를
잘라 버린 여걸로 존경 받고 있다.
그런데 클림트는 그런 유디트를 음탕하거 선정적인 요부, 팜므 파탈로 그렸다.
클림트가 창조한 유디트는 성적 황홀경에 이른 듯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저절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쾌락의 신음 소리을 흘려 보내는 듯 하다.
유디트2
1909년 178x46cm 베네치아국립현대미술관
클림트의 '황금의 시기'는 보통 <유디트1>을 그리기 시작하여
<유디트2>를 완성할 때까지를 일컫는다.
황금빛을 배제하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그려진 유디트의 성적 매력이
더욱 위협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고급 매춘부로 묘사된 유디트의 몽롱한 눈빛과 독기서린 표정,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낚아챈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불안한 오르가즘을 암시하여,
빈 시민들은 세례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 살로메로 오인했다는...
아담과 이브
1917~1918 173x60cm 빈오스트리아미술관 / 미완성
뱀의 유혹에 넘어가 에덴 동산의 선악과를 따 먹은 이브,
<창세기>에서는 이브가 선악과를 아담에게 권하지만,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는 아담이 이브 홀로 죄악에 빠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수 없어서 신을 거역하고 자의로 선악과을 먹는다.
클림트의 <아담과 이브>에서 인류 최초의 팜므 파탈인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태어나고 있다.
이브의 발그레한 볼,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발머리,
진주빛 뽀얀 피부가 무척 고혹적이다.
물뱀1
1904~1907 50x20cm 빈오스트리아미술관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법을 걸어 바다 속 푸른 침실로 유인하는 인어는
유혹적인 창조물로 클림트가 즐겨 그린 주제 중 하나다.
물 속에서 수초처럼 물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는 물의 정령들은
성적인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작은 화폭에 황금빛 머리카락과 상아빛 피부를 지닌 가녀린 두 육체가
서로 포옹하고 있는 <물뱀1>은 물의 여신을
가장 고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클림트의 작품들 중에서 아주 값비싼 그림에 속한다.
(예술에 대한 테마)
팔라스 아테나
1898년 75x75cm 빈역사박물관
빈 분리파는 아테난 여신을 수호신으로 삼았다.
클림트는 처음으로 금채 기법을 이용한 작품이기도 한 <팔레스 아테나>을 통해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과 기술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아테나 여신을 새롭게 변주했다.
황금빛 갑옷과 투구, 그리고 창으로 무장한 아테나 여신은 강력한 힘으로
예술을 수호하고, 갑옷 가슴받이에서 메두사가 혀를 날름 내밀고
적대 세력을 조롱한다.
벌거 벗은 진실
1899년 252x56.2cm 오스트리아국립도서관
클림트는 <필라스 아테나>에서 아테나 여신이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상을 <벌거 벗은 진실>로 확대하여 표현했다.
자극적인 누드로 진한 관능미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이 여성상은
여신이 아니라 팜므 파탈로 다가와 빈의 시민들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 주었다.
특히 붉은 음모는 고전적이고 이상적인 미 의식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 들여졌다.
황금 물고기
1902년 150x46cm 졸로투른시립미술관
이 그림의 원제는 "나의 비평가들에게'로 발표되었다.
빈 대학 대강당의 천장화에 쏟아진 거센 비판에 대한 크림트의
단호하고 유일한 응수였던 셈이다.
아름다운 물의 님프가 그림을 보는 이를 향해 풍만한 엉덩이를 들이밀고 유혹한다.
그녀는 악의와 조롱이 뒤섞인 표정으로 거부할 수 없은 유혹의 몸짓을 보내는
인어의 관능적인 매력으로 클림트의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희망1
1903년 189x67cm 캐나다국립미술관
클림트는 평생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지만 사생아를 무수히 남겼다.
그가 자신의 자식으로 유일하게 인정한 아이는
그늘의 여인, 미치 침머가 낳은 두 아이였다.
임신한 여성의 누드를 그린 <희망1>은 미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둘째 아들의 죽음들 겪고 난 후에 완성한 작품이다.
탄생의 희망과 죽음의 절망, 사랑과 관능이 어우러진 임부의 초상에서도
여지없이 도발적인 에로티시즘의 향기가 짙게 베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완벽한 여성성, 생명과 육체에 대한 찬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황금빛 유혹’ 미리 만나는 클림트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에서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황금빛 액자 아래 금빛으로 찬연하게 빛나는 나무와 잎사귀들, 그 사이에서 눈부신 황금 목걸이를 한 여인이 살짝 벌린 입술과 몽롱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한쪽 가슴만 하늘거리는 천으로 가린 채 벗은 몸을 드러낸 여인의 황금빛 매혹에 무심코 빠져드는 순간 문득 뺨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든다. 농염한 관능미를 발산하는 여인의 오른손엔 자신이 칼로 벤 남자의 머리가 들려 있다. 황홀한 기쁨의 표정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파멸이 공존하는 세계, 바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걸작 ‘유디트 Ⅰ’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만난 이 작품은 성적 충동(에로스)과 죽음의 충동(타나토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클림트 특유의 장식적 기법으로 드러낸다. 적장과 동침한 뒤 그를 죽여 민족을 구한 구약성서의 유대 여성. 클림트의 붓을 통해 구국의 영웅에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팜 파탈로 다시 태어난 유디트가 한국에 온다.
‘유디트 Ⅰ’을 비롯한 클림트의 걸작들은 2월 2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에서 만날 수 있다. 벨베데레 미술관을 비롯해 11개국 20여 개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작품 대여에 참여해 클림트의 유화 30여 점, 드로잉과 포스터 원본 70여 점 등과 설치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극성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유치한 이 전시는 아시아 최초의 클림트 단독전이자 금세기의 마지막 대규모 클림트전이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벨베데레 미술관이 작품 보존상의 이유로 한국 전시를 끝으로 작품을 외국에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 클림트, 그 치명적 유혹
흰 눈에 덮인 바로크식 정원이 내다보이는 창문 사이에 걸린 ‘유디트 Ⅰ’은 자연채광 아래서도 황홀한 빛을 발한다. 미술관이 만든 달력의 1월을 장식하고, 팸플릿에 유일하게 두 쪽에 걸쳐 소개된 이 그림은 ‘키스’와 함께 미술관이 가장 앞에 내세우는 클림트의 대표작. 그림 모델이 ‘아델레 블로흐바워의 초상’과 동일인물이란 것도 흥미롭다.
‘아델레…’는 2006년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보유한 기록을 깨고 당시로선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 그때 환율을 적용하면 약 1300억 원에 팔렸다. 클림트가 가장 비싼 화가로 오른 순간이었다.
그에게 영감의 원천은 여자였다. ‘유디트 Ⅰ’이 클림트가 추구한 황금빛 에로티시즘의 특징을 오롯이 담아낸 초기작이라면, ‘유디트 Ⅰ’과 함께 한국전에 오는 ‘아담과 이브’는 죽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말년의 대표작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자신감 넘치는 이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홍조 띤 뺨의 이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혹의 시선을 던진다. 그 뒤의 아담은 불안하고 무기력한 모습이다. 여성의 독립된 자아와 성적 욕구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여서 더 돋보였던 유디트와 이브. 클림트가 해방시킨 여자들의 당당한 매력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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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림트, 그 평화로운 풍경
2000년대 들어 클림트는 뛰어난 풍경화가로 재평가받고 있다. 인간을 옥죄는 욕망과 본능을 파고든 에로티시즘의 화가로만 그를 한정짓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여름이면 빈 근교 아터 호수를 즐겨 찾았던 그는 자연의 재현이 아닌, 원근법을 무시하고 자기 감각으로 해석한 풍경화를 그렸다. 벨베데레 미술관의 미술사가 앙겔리카 카즐베르거 씨는 “클림트는 자신의 사유를 녹여낸 강렬한 그림과 달리 풍경화에선 이상향에 근접한 자연을 부드러운 느낌으로 녹여냈다”며 “천국 같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그의 풍경화는 이곳을 찾는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클림트의 전모를 보여주고자 기획된 이 전시에선 여성의 유혹적 포즈를 몇 개의 선으로 극명하게 부각시킨 천재적 드로잉, 회화 건축 공예 실내장식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토털아트(총체 예술)를 시도한 작업도 조명한다.
○ ‘클림트 바이러스’의 열기 속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복제되는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클림트. 삶과 사랑, 죽음 등을 소재로 생명의 순환을 파고든 그의 도전과 실험은 당대에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관습을 전복하고 금기를 깨뜨린 그의 작품은 21세기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술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온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와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클림트 바이러스’, 이제 한국이 그 열기에 빠져들 시간이다.
2월 2일∼5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 02-334-4254
빈=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클림트(1862∼1918)
세기말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활동한 화가.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벽화 등을 주문받아 그리는 장식화가로 출발했으나 30대 중반부터 금박을 사용한 독창적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보수적이던 빈미술가협회를 뛰쳐나와 빈 분리파를 결성한 뒤 초대 회장을 맡았다. 평생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며 독신으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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