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보리밭!

구름뜰 2009. 4. 10. 10:09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을 보면 보리밭길을 거닐며 앞소절만 짧게 한 소절 흥얼거리듯 부르던

노래를 잘 하던 고향 친구가 생각난다. 

내게 들려줄려고 한 노래가 아닌듯 했지만

나는 보리밭 노래를 교과서에서 보다 친구를 통해 먼저 접했다. 

그래선지 보리밭만 보면 저절로 흥얼대는 노래이기도 하다.  

 

사춘기시절, 고대하던 방학을 맞아 고향엘 가면,

보리밭은 아니지만 들판은 벼로 초록으로 꽉차있었다. 

넓지도 않은 그 논길을 경운기 운전으로 다니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란적이 있다.

아직 학생이라  자전거 정도 타는 것으로 다 인줄 알았는데, 그때 친구의 모습은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와 닿았었다. 어느 때는 친구 몇몇과  경운기에 한 번 올라탄 기억이 있는데, 그 어깨너머 뒷모습까지 듬직하게 눈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가끔 영화배우 김수로가 [경운기 세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경운기를 자유자재로 운전하던 고향의 우리 동기들이 생각나곤 했었다.

요즘 중고생들이 좋아하는 오락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나 [1박 2일]을 볼때도

고향친구들이 생각나는 건 마찬가지다.  지금의 오락프로그램보다 훨씬 재밌게 놀줄알고 놀았던 그 사춘기 미소년 소녀들이 내 고향 친구들이었다.

 

어쩌면 그 때 내 고향친구들이 더 [야생]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나는 기껏 방학이라야 가 보았으니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때마다  고향친구들의 모습은 그저 모이기만 하면 최고의 오락시간으로  승화시키는 

화술과  재치 뛰어난 순발력까지 그야말로 요즘 아이들처럼 그 무엇이 없어도

친구만 있으면 죽이 잘 맞았던 건지 금세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고향에만 가면 명랑해지고 행복해지고  활력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추억들을 풀어 낼 수 있을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어른이 되고 보니 그 시간들은 내게 이미 보석이 되어있었다. 

[내 마음의 보석]같은 시간들..  

 

눈부신 햇살아래 이 보리도 금방 자랄 것이다.

멀리 금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물캐러갔다가 보리밭을 담아온 날

'사람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려 쓰면 좋은 아름다운 우리말  (0) 2009.04.23
웅양!  (0) 2009.04.20
일요일에 학교 가는 아이들  (0) 2009.04.05
진달래  (0) 2009.03.31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0) 200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