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이름을 까먹은 꽃!

구름뜰 2009. 5. 10. 12:41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큰 직업군 1위는 사진작가 (2위는 작가)이며,  

반대로 만족도가 제일 떨어지는 1위는 모델(2위가 의사)이라는 기사를 2~3년 전에

읽은적이 있다.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모델은 시선을 받는 직종이고 사진작가은 그 반대편이기에 더욱 그랬다.

얼핏 생각해보면 모델은 노력한다고 해 볼수 있는 일도 아니고,

타고난 조건에 현실적인 노력까지 더해 일반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직종이다.

의사도 그렇고,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 다른 만족도,

여기에는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면에 많은 사연도 있겠지만,

내게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사이긴 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을 대상(그것이 무엇이든)을 통해서만 드러내는 작업이다,

사진은 거짓말을 안한다고 하지만 자기만의 시선으로 순간을 포착, 창작 해내는 작업이다. 

찍는 사람에 따라서 사물을 다른 각도로 조명해내며, 

또 눈으로는 놓치는 부분들을 찾아낼 수도 있음을 나도 종종 느껴본 터다.  

 

근 6년 정도 써온 삼성 디지맥스 v4 카메라!

신문사에 기사쓰면서 가지게 된 당시로선 꾀나 고급사양인데다 기능이 다양해서

내게 안성맞춤 이었던 카메라다.

동영상에 녹음 1-2시간은 기본이고 밧데리 부분도 호환이 좋아서

급할땐 휴대용 건전지로도 가능했다.  

그동안 너무 잘 쓴 셈이다. 특히 녹음 같은 부분은 인터뷰이의 말을 손글씨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집에 와서 녹음들 뜨다 보면,

그 말속에 들어 있는 인터뷰이의 여운이나 여백까지도

감지해 낼수 있는 내겐 가장 요긴하게 쓰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화소수가 1000만대를 넘는 카메라가 나오면서 퇴행해가는 것 같은 이녀석!

은 사진을 볼 때마다 dslr카메라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무대공연 사진이나

야간 야외촬영시에는 이녀석의 한계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몇 번 있었다. 

작은 피사체나 풍경등에서도 맥을 못 추는 녀석이다. 

드디어 지름신이 왕림. 4월 말쯤에 예약 주문을하고 근 보름이 지나고.  

캬아!  드디어 소니 a350이 내게로 왔다. 

학수고대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 기다리는 기쁨까지 준 반가운 놈이다.

 (앞으로 "이놈"이라고 이름 붙여 불러야 겠다.)    

 

이놈으로 우선 앞동산 아카시아 꽃을 줌해 보았다.

꽃이 너무 만개한 탓인가 누른빛으로 곱지 않다. 볕이 너무 뜨겁다.

해거름에 앞동산으로 산책을 가서 제대로 찍어 볼일이다. 

베란다에 지난번 사놓고 이름을 까먹은 꽃(나팔꽃 닮은)사진을 찍어보았다.  

와우! 역시 붉은 빛이 예술이다. 실물보다 훨씬 더 붉은 것 같다! 

그냥 오토상태에서 이정도면 대만족이다.

아직 익혀야 할 것이 많아서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지만 신나는 일이다.  

 

렌즈를 들이 대듯, 사물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볼일이다. 

늘 있어왔지만 관심두지 않아서 모르고  스쳐왔던 것들에는 더욱 그래야겠다. 

사진작가의 만족도에 비할까마는 십분의 일이라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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