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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목이 ‘똥친 막대기’인 것이 너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진 때문이었다. 『똥친 막대기』(비채, 2008)를 읽고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였는데 두 작품이 나름 견성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 때문일 터였다. 하지만 『연금술사』가 도식화된 서구적 패턴에 의거한 이야기라 큰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데 반해 『똥친 막대기』는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드는 우리네 토속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어 읽는 내내 가슴 밑자리에서 징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소설은 감동을 지닌 이야기이다. 젊은 날은 나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소설을 20년쯤 쓰고 나니 ‘전후좌우지간’ 감동을 지니지 않은 이야기는 곤란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한껏 간결해졌다. 그것이 한국소설이 살 길이고 또한 갈 길이라는 결론 때문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똥친 막대기』는 작가적 포즈도 없고 서구적 흉내도 없고 오직 우리네 토속정서를 질료로 삼아 참으로 튼실하게 감동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낸다.
하지만 앞으로 누가 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인가, 그 계보에 맥이 끊길까 적잖이 걱정된다. 『똥친 막대기』는 우리 것으로부터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감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오래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순도 100% 우리 작품이다.
◆박상우(사진)=1958년 경기도 광주 출생. 8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이상문학상 수상. 단편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독산동 천사의 시』『사랑보다 낯선』『화성』『짬뽕』, 장편 『호텔 캘리포니아』『가시면류관의 초상』『지붕』 등이 있다.
◆『똥친 막대기』=『객주』의 작가 김주영의 첫 그림소설. 백양나무 곁가지로 태어난 ‘나’가 농부의 손에 꺾이면서 어미나무를 떠나 회초리로, 똥친 막대기로 쓰이며 파란만장한 모험에 휩쓸리는 여정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