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고개 푹 꺽인 풀포기
줄기찬 소나기와 만나야 하고
이끼 낀 바윗돌
건강한 햇살과 만나야 하고
발에 채이는 작은 돌멩이
귀하게 살 이와 만나야 하고
안에서는 밖으로
밖에서는 안으로
등 돌리고 살 필요 없어
만나고 싶은 이는 만나야 하고
물속에 잠긴 억만 개의 돌
닦고 쓰다듬어 줄 이와 만나야 한다.
구순회(1952 ~ )
가문 강물에 낯짝 드러낸 돌.
수억 년 묻힌 귀한 얼굴과의 조우.
우주적 떨림이 어디 탐석(探石)에서 뿐이랴
이 생 억만 개 너와 나의 일
다 그런 우주적 만남일진대
등 돌려 이리 아옹다옹 살 일 무에 있나.
저 강돌처럼 부대끼면서도 자갈자갈 서로 귀히 어우러져야 할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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