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이런 인연...

구름뜰 2009. 6. 3. 11:30

  

   

 작년 6월경 구미 시립도서관 옆 지역사회 협의외 사무실엘 들른 적이 있었다.

사무실 바로 옆에 협의회소속  화실이 있었는데 한창 그림에 빠져 있던 때라,

화실로 발이 저절로 갔고 그곳에서 예전 거북이회원을 만났다.

그 사모가 통 보이지 않더니 그림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 반가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날 그 곳에서 인상적인 그림 하나를 보았다.

 천사인지 소녀인지 모르겠는 어린 아이 그림이었다.

너무 인상적이라 그 그림을 그리는 젊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사진을 찍어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싸이에 올리면서 그 그림사진을  남겨 두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그림을 보게 된것도 우연이지만

그 날 협의회 사무실을 들르게 된 것 또한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방문하게 된 일이었다. 

 

당시에 나는 (대화법)수강중이었다. 

대화법은  구미시지역사회협의회 주체로 교육청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고등학교에서는 처음으로 구미고에서 개강한  강의였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4강을 하루 앞둔 화요일이었다.

느쓴한 아침시간을 즐기며 책읽기에 푹 빠져있는 시간에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참석 안 하시나요?"

  라는 문자가,, 강사에게서 왔다. 12시쯤이었다.

이건 뭔소리인가 싶어 전화를 해보니 벌써 강의를 두시간 했고 지금은 커피타임이란다.

결석할리가 없는데 혹시나 해서 해보는 전화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모르셨냐고?

지난주에 바꾸지 않았냐고?

알고보니 강사가 개인사정(대학원 시험)으로  강의를 다른날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지난주 강의가 끝난뒤 나는 일정이 있어 먼저 일어섰고 

머지 분들과 의논 화요일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빠진 자리라는 걸 까마득하게 잊은 채 강사는 내게 전화를 한 거였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어떻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냐고?" 

강사는 어쩔줄 몰라 하며 다음주 수업전에 반드시 보충을 해 줄 수 있도록

시간을 내 보겠다고 하고선 끊었다.

나는 내 감정을 추스려야 했는데 답이 없었다. 

나하고는 아무상관없이 내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강의가 워낙 좋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었고

나는 늘 강의 15분전에 출석하는 열성을 보였던 터라 더욱 그랬다. 

내가 그 강의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했는지 누구보다도강사가 잘 알면서,  

그 무성의 함에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나는 그 감정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몰라  혼자서 씩식거리다가

내가 내 방식대로 화푸는 방법인 편지글에다 쏟아냈다.

 

  강의시간을 바꾸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설령 바꾸게 되었다면

그것도 본인사정으로 그리 되었다면, 더욱 철저히 연락했어야 옳았다는 것과

아무리 그래도 내 존재감이 이리도 없었나 하는 서운함까지 빼곡히 2장이나  썼다. 

쓰고 나니 역시 조금 후련했다. 하지만 빼먹은 3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한국화 수업중에 문자가 들어왔다.  

5강을 앞둔 화요일에 보충을 해 줄테니 협의회사무실로 꼭 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꼭 듣고 싶었던 강의였기에 협의회 사무실로 갈 수밖에 없는 발걸음이었던 것이다.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그녀는 내게 인사했지만

그때는 이미 내 화는 소멸된 뒤였다.   

편지글을 쓰면서 어느정도 누그러졌었고 보충받을 수 있는 상황을 알고는 없어진 셈이었다.  

2시간이 넘는 동안의 보충수업은 좋았다. 

원래 토론식 수업이라  같이 앉아서 하자고 해도 기어코 그녀는 서서 강의를 해 주었다. 

만약에 그  때 강사가 미안한 마음만 있고 보충을 제의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강의나 강사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대화법>강의였기에 더욱 그랬다.

대화법은 끊임없이 나를 상대의 감정에 이입시키는 과정의 연속이고,

그런 훈련을 통해서 어떤 난관도 성숙한 인관관계로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강의였기에 더욱 그랬다.

내 안에 쌓인 화 , 아니 내게 강사가 한 실수를 풀어내주지 못했다면

그 강사는 대화법 강사의 자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상황을

그녀도 나도 인식하고 있던 터였다. 

그 때 그 강의로 해서 나는 제대로 된 한꼭지 기사를 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기자상을 받는 영광도 있었다.

 어찌보면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나도 그녀도 닥친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 한 셈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도 가끔 메일로 안부를 묻는그런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젯밤.

 구미지역 28개 동아리 회장단 모임이 있었다.

 역사가 짧은 한국화 동아리는 회장이 없는 탓에 박선생의 급부탁으로 참석하게된 자리였다.

초면들이긴 하지만 이래 저래 전시회를 통해서 서로 알고 있던 단체들이었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협의회소속 화실사람이라고 소개하는 내 맞은편에 앉은 젊은여성이 있었다.

막연히 작년에 본 그 그림이 생각이났고 그림얘기를 했더니,

그 그림은 순천향 병원에서 전시회중 주인을 만났다며  그 때  그 사람이 자기 였다는 것이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인연은 필연과 우연이 겹쳐서 만드는 것인지..  세상 인연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그러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녀에게서 메일이 들어와 있다. 

처음만나고 (아니 처음은 아닌 셈이다. 작년 유월에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으니) 헤어진지 한 시간도 안 된 시간에 그녀가 내게 일촌맺기 메일을 보내왔다.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끈이 있어서 어느쪽에서든 살짝 당기기만 하면 알아보는는 그런 사이인걸까.

예상도 못했는데..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흘러보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뒤늦게라도 인상적이었다고 반갑다고 서로 알아보는 인연도  반가운 인연이다. 

내가 그녀를 먼저 알아본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오늘의 연은 그녀가 먼저 나를 끌어 당겼다는 생각이 든다.

인(因)에 의한 연(緣)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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