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사를 짓는 지인이 토마토와 오이를 보내왔다.
맛보라고 주는양이 한 박스씩이다.
식구도 없는데 언제 다 먹으라고 손도 크시지!
동생네랑 아랫집 나눠 먹으면 금방 소비 시킬수 있긴 하지만 시골 분들은 크다!
손만 큰게 아니라 마음도 큰게다!
도시생활에선 마트가서 2-3개 정도 구입하는 게 다인데,
어쩌다 얻어 먹을 기회가 생기면 매번 이렇게 감당 못할 만큼 많은 양을 받게 된다.
많다고 하면 줄게 이것뿐이니 이거라도 많이 가져가라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장아찌를 담그는 일이다.
제철채소를 언제든 즐길수 있는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저장식품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살림에 느쓴 했던 맘이 없잖아 있어서 속내는 조금 분발해야지 하던 참이라
더욱 신나게 일하기로 마음먹던 터이다.
간장으로만 장아찌를 담그면 색이 너무 검다.
소금물로만 담그면 너무 허연것이 때깔이 안나서
나는 매번 소금과 간장을 함께 섞어서 알맞은 빛깔을 만든다.
엷은 갈색정도가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이다.
간장, 소금, 설탕, 식초, 다시마를 넣어 담글통의 반 정도 양의 물을 잡아
냄비에서 팔팔끓인다. 간은 손으로 맛을 봐서 새콤 달콤 짜지 않을 정도면 된다.
끓으면 불을끄고 바로 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장아찌 색이 곱다.
(하루나 이틀뒤 두어번 더 끓여 부어주어야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장아찌는 저장식품의 꽃이다.
마늘쫑장아찌, 매실, 고추, 양파, 오이 무엇이든 무도 참외도 가능하다.
나물종류도 가능한 것이 많다.
(울릉도 명이나물도 이렇게 초절임을 하면 두고두고 즐길수 있다)
장아찌가 가장 맛있을 때는 이맘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사시사철 즐길 수 있지만, 입맛 없는 여름철 따뜻한 밥 한 그릇보다
식은밥 한그릇이 더 좋을때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이 장아찌다.
어릴적, 더운 여름날,
수도가 없고 펌프물을 길어서 먹을때,
들에서 일하시다가 점심먹으러 들어오신 부모님은
제일먼저 펌프질을 했다.
한 참을 길어올리고 나면 나중에 올라오는 얼음물같은
시원한 냉수에 식은 밥을 말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시절 시원한 냉수 한사발과
장아찌 한종지와 풋고추 몇개 입에 잘 맞는 쌈장 한종지면
그리고 직접 키운 밭에서 뜯어온 상추쌈까지 있다면
가장 맛있는 점심이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엄청 흘렀지만 입맛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여름이면 생각나고 그런 소박한 밥상이 그리워지는 걸 보면,,
작년에 담근 장아찌류인데 아직도 맛이 좋다.
아삭아삭하니 씹히는 맛, 특히 오이맛이 일품이다.
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맛도 괜찮지만 가끔은 담백한 맛 그대로도 좋다.
혼자서 먹는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오늘 점심은 내 입맛엔 진미인 성찬이다
장아찌처럼 담백한 이가있어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장아찌 같은 친구와
사시사철 맛볼수 있는 장아찌반찬을 함께 음미할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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