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망정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매화꽃은 지조의 상징이다.
겨울이 채 물러가지도 않은 2월이면 봄의 전령처럼 매화가 핀다.
그러다가 꽃샘추위로 눈까지 덮어쓴꽃을 보면 그것을 설중매라고 부른다.
눈을 맞아도 꽃이 열매를 맺는 기특한 꽃, 이 매실들도 그 설중매의 한때를 지내왔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실이라는 말보다 설중매라는 애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설중매라는 뜻에는 강인한 의지와 심지가 느껴지는 이름이라서 그럴까!
퇴직후를 대비하여 국립공원 주왕산이 있는 청송에 별장처럼
시골집과 농지를 준비힌 지인이있다.
그 지인은 퇴직후에는 시간만 나면 청송으로 농사를 지으러 가신다.
처음엔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 다고 그 사모님이 타박을 많이 했지만,
젊어서 농사한번 지어본적이 없다면서도 농사일에 제법 재미를 붙이셨는지
4-5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제법 소출도 많이 내시는 편이다.
철마다 콩이며 땅콩이며 생산해내는 농산물도 각양각색이다.
지금은 매실철이고 또 늦여름이 되면 고추도 따내신다.
제 2의 인생을 농사일로 자리 잡아가고 계신분이다.
시장에는 보통 6월 초순부터 굵은 청매가 나오기 시작한다.
때깔고운 매실에 가끔 눈길이 가기도 하지만 잘 익은 매실을 구입할려면
6월 중순이후에 나오는 것이 훨씬 좋다.
청송은 기온차가 심해서 매년 다른곳보다 수확이 늦다.
향기를 맡아보면 잘익은 살구냄새같은 것이 은은하게 난다.
매년 토종이라 작은 요 청송 매실로만 담궜다.
올해도 두 부부가 장마오기전에 따러 가셨는데 1박 2일 꼬박 걸려서 따온것이다.
모양새와 때깔은 매번 똑같다!
그냥 심어만 놓고 수확철에 따 내기만 하는 거라서, 그래도 이쁘다.
봄에 맞은 우박으로 마른 흉터가 생긴것도 많고 주근깨!같이 얼룩덜룩한 것들도 많지만그래도 못생긴 요작은 매실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다.
매실은 깨끗한 것으로만 골라서 꼭지를 떼어내고 깨끗한 물에 씻는다.
껍질째 사용하는 것이므로 농약걱정없는 요런 매실이 어쩌면 제일 안전하다 하겠다.
체에 건져서 물기를 하루정도 빼준다.
매실과 설탕 1:1로 사용한다.
올해는 황설탕도 함께 섞어 보았다.
보통 매실과 설탕을 켜켜히 넣는데 그것보다 볼에 매실과 설탕을 담고 미리 버무려서 어느정도 두면 약각 눅눅해져 항아리에 꼭곡 눌러담기가 더 좋은 상태가 될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
켜켜히 담으면 발효되는 중간에 뒤집지 않아도 된다.
저장 매실청은 발효식품이므로 플라스틱용기보다는 유리병이나
이런 항아리에 담그는 것이 좋다.
일하고 난 뒤의 포만감은 요런 것이 아닐까. ㅎㅎ
올해는 양이 너무 많다. 매번 왼쪽 요 항아리가 매실항아리 였는데 하나 더 늘었다.
매실원액은 다용도로 쓰인다.
겉절이 같은 찬을 만들때 한 스푼만 넣어도 맛이 상큼해진다.
그외에도 일반 조림반찬 특히 생선조림이나 무침요리에도 좋다.
쌈장같은 것을 만들때 써도 좋다.
나중에 매실원액을 만들고 나서(100일뒤) 남은 매실은 씨를 빼고
고추장양념에 버무려 장아찌로 먹어도 좋다
그리고 가장 즐기기 좋은 때는 지금부터 늦여름까지다.
더운날 갑자기 손님이 왔을때 얼음을 띄워 시원한 유리잔에 내 놓으면
눈으로 벌써 청량감이 도는 그런 음료다.
소화가 잘 안될때는 원액으로 마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물의 양을 적게하면 음용하기에 훨씬 좋다.
덥죠? 작년에 담근 매실 음료랍니다. 한잔 하세요~`
추신 : 옛날 궁중에서 변(똥)을 지칭하던 말로 '매화'라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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