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고구마 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구름뜰 2009. 6. 27. 09:51

 

 

우리동네 사진관 아저씨는 무뚝뚝한 경상도아저씨다.

사진관엘 가면 제일 많이 걸려 있는 사진이 아줌마사진인데, 뺨이 탐스러울 정도로 복스럽게 생긴 아줌마는 사진을 業으로 하시는 아저씨 덕분에 포즈는 모델급이다. 

꼭 오누이 같은 두부부를  봐온지가 10년이 넘었지만 한결같은 모습이다.

 

그저께 저녁무렵 마트에 다녀 오는 길이었다.

사진관은 지하인데 두부부가 손에 사진을 몇장 들고 밖에 나와 있다. 

꼭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 나눠주는 사람들 포즈다.

어쩐일로 밖에 나와계시나 싶은 맘에 손에 들린것을 얼핏보니 꽃사진이다.

안그래도 요즘 꽃사진에 관심이 가던 차라, 

 " 무슨 꽃이예요?" 

내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는 아저씨 내게 사진을 쑥 내미셨다. 

반에서 1등한 성적표 엄마에게 건네는 듯한 아이 표정이다.  줄기가 고구마다.

  "어머, 세상에..... 고구마꽃도 피나요? 나팔꽃 같다....."

흐뭇한 표정으로 요런거 처음봤지롱,, 하듯이 미소만 짓는 아저씨. 

내가 놀라 그 성적표에 찬탄하는 만큼 해맑아 지시는 아저씨.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도 덩달아 신나서 이리와 보라며 나를 안내한 그곳. 

그곳은 사진관 건물 시멘트 외벽(그것도 정면도 아닌 측면)에

꽃 사진이 4장이나 더 붙여져 있었다. 

조금은 엉성하고 초라하게... 전봇대에  광고 전단지 붙인것보다는 조금더 꼼꼼한 정도다.  

둘이보기 아까웠던지 지나가는 사람들 보라고 해거름에 장보러 나오는 사람들 보라고,

사진을 붙여 놓은 듯한 두부부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든지.

 50대 중반은 넘은 부부가, 갤러리를 찾은 손님에게 작품 안내하는 작가  모습이다.

하기야 아저씨는 사진작가다.

" 와! 여기 어디예요? 좀 알으켜줘요. 찍으러 가게.."

" 안돼... 비밀이야. 사진으로만  봐"

 "이 사진 보여줄 곳이 있는데....," 

주민센터 홈페이지(예전 동사무소)에 올려 놨으니 인터넷으로 들어가 구경하란다. 

 

 

다시 다음날, 주민센터 알림마당 자료실 다 뒤져도 고구마꽃을 못 찾은 나는

시장가는 길에 지하사진관을 찾았다.   

 "주민센터 어디 있나요. 못찾았는데.." 했더니, 아저씨 씨익 웃으며 반겨주신다.

그리고는 고구마 사진 외에도 작년에 찍은 꽃사진과, 아주머니 사진까지 보여주셨다.

마침 손님도 없는 시간이었다. 메일로 넣어 달라는 내게 아저씨는 cd를 하나 구워서

당신이 찍은 다른 작품도 몇개 더 넣어 주셨다. 이런 고마울데가 내가 복이 많은건지..

인터넷에 올릴건데 사진관이름 첨부할가요 물었더니 마음대로 쓰란다.

 

아저씨는 당신 작품사진은 화소수가 2000만이 넘는 전문가용이라 

화면 확대를 해도 선명도가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며 자랑하듯 확인도 시켜주셨다.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 졸업 앨범사진도 보여주시며 조명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다.

궁금했던 카메라에 대한 질문도 했더니, 찍다가 모르면 언제든 들고 오란다.

 

 

고구마꽃 덕분에 우연히 기다렸다는 듯 길에서 아저씨를 만난것은 행운이다.

내가 꽃사진을 좋아하고 아저씨는 그 사진 좋아한 내가 반가웠던지..

평소엔 무뚝둑하다고만 생각했던 아저씨였는데, 

꽃을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게되니 여리고 순한 감성을  본 듯하여 반가웠다.   

요 고구마꽃 덕분에  무뚝뚝하다고만 생각했던 사진관아저씨가 꽃만큼 이쁜 마음도 있다는 것을 보게된 셈이다.  앞으로 고구마꽃을 보게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은 아저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꽃, 꽃이 좋은 이유다.  

고구마꽃은 나팔꽃과 같은 매꽃과라고 한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는 지역에서만 핀다고,

아무래도 윗지방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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