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파일속에서 찾은 그림)
중.고생 할 것 없이 기말고사 기간이다.
점심을 모처럼 집에 와서 먹는 것은 좋은 일인데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아들에게 던지는 물음표는 늘 같다.
"시험 어땠어?"
"그럭 저럭......"
답도 항상 같다. '그럭 저럭'을 들어온 지가 벌써 6년 정도 되어간다.
아주 간혹, 잘 친날은 묻기도 전에 신나서 점수를 알려주기도 한 적이
몇번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물어야 나오는 답이고
여축없이 그럭저럭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묻고 아이는 답한다.
"그럭 저럭"
에둘러 질문해야지,,,
또는 말할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면서도
아들을 보면, 여유가 없어진다.
오늘도 통과의례로 '그럭 저럭'을 듣고 나는 웃으면서 호기를 부렸다.
"사전 한번 찾아봐야지~~ 그럭저럭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눈을 흘기는 아들녀석 품새가 영 아니다.
한 소리 할려다 꿀꺽하고 사전을 펼쳤다.
정확하게 어떻게 표기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1. 뚜렷이 이렇다고 할 만한 것 없이.
2. 되어가는 대로.
이런 무미건조하고 맹숭맹숭한,
희망이라곤 찾아 볼래야 볼 수 없는 말이 또 있을까!
시험이 어려워도 쉬워도 늘 이 말만 해온 녀석,
담백한 성격인 건 알지만 그래도 ....
하기사 요즘은 답을 알고 묻는 질문인 것처럼
그럭 저럭에 익숙해져 있다.
중학교 때부터 고3인 지금까지 성적이 조금씩 올랐다.
요즘은 '그럭 저럭'이 우리가족에겐 국어사전에는 없는
'약간의 저력'과 '약간 안심 해도 되는' 까지 포함된 단어로도 통하는 것 같다.
녀석의 사진 파일속에서 "하쿠나 마타타'가 눈에 띈다.
라이온킹을 보고나서 부터 유독 좋아하는 단어다.
그럭 저럭속에 '하쿠나 마타타'란 뜻도 포함되어 있다면
기막힐텐데 ㅎㅎ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럭 저럭"은 질문을 바꾸지 못한 내탓일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라!
나도 아이도 시험날 묻는 물음과 대답에선
어쩔수 없는 극복 안되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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