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갤러리] 카드놀이 하는 사람 원숙기 접어든 세잔, 구도에 대한 집착 잘 드러나 | ||||||||||
작가:세잔(Paul Cezanne:1839~1906) 제작연도: 1885~1890년 재료: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47.5×57.0㎝ 소장:오르세미술관(프랑스 파리) 후기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세잔을 가리킬 때 흔히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인상주의 화가로 출발하였으나 그 한계를 극복하고 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그가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깊고도 넓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세잔이 추구한 것은 이전의 미술사에 유례가 없는 전혀 새로운 그 무엇은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인상주의 화가처럼 시각에 비친 대상의 형상을 정확하게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진정한 시각상, 즉 본질적인 사물 그 자체를 화폭 위에‘재현'(再現: representation)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서구 미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그가 말한 ‘자연으로부터 푸생을 그린다’의 의미는 인상주의가 이룬 성과, 즉 생동감 넘치는 풍부한 색채와 고전주의 미술의 특성인 견실한 구조의 통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 그림은 원숙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세잔은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여러 번 다루었는데, 그 중 이 작품이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구도에 대한 세잔의 집착을 잘 보여준다. 테이블 양쪽에 마주앉아 있는 두 인물이 포도주병을 가운데 두고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인물들의 굽은 등을 연결하면 화폭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첨두아치를 이룬다. 이 단순한 구성은 세잔의 작품에서 마치 구도의 공리처럼 자주 볼 수 있다. 작가는 인물들의 특성을 묘사하는 데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세잔이 흥미를 가진 것은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이 엮어내는 정겨운 이야기가 아니라 거기 존재하는 인물들과 사물들의 공간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색채는 파란색, 초록색, 갈색, 노란색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경은 주황색을 위주로 하는 난색 계열이, 원경은 청록색을 주로 하는 한색 계열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난대비에 의한 화면 구성 및 공간표현은 풍경과 인물 및 정물을 망라한 그의 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기법이다. 인물이나, 테이블보와 같은 부드러운 사물조차도 색의 단편들로 모자이크처럼 처리하여 단단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강한 검은 선에 의해 배경으로부터 뚜렷하게 부각된다. 이는 가변적인 현상에서 항상적인 본질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잘 보여주는 수법인 동시에 작가와 인상파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이나 고전주의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세잔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가 과거의 고전주의가 이상적 비례나 기하학적 질서를 화폭에 도입하는 데 머무른 반면 ‘자연의 모든 것은 구(球)와 원추 및 원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단순한 도형들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타고라스를 시조로 하는 기하학적 세계관의 회화적 현현(顯現)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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