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홍덕장에 가시면
나는 종일 동천 솔숲에 있었다.
그곳으로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여수에 생선 팔러 가시면
나는 종일 바다를 보았다.
그곳으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산 넘어 자기 집에 있을 때면
나는 종일 하늘을 보았다.
마음은 산을 넘지만 눈은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종일 기다리고 서성이며 바라보던
그때는 나의 모든 것을 준 때였다.
그 하나가 내 삶의 전부였다.
고향에 가면
그 솔 숲, 그 바다, 그 하늘 아래 서면
나는 다시 그때의 하나가 된다.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셔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아이가 되어 서성이며 사랑을 기다린다.
고향이란, 떠나 있을 때는 끝없는 그리움이지만
만날 때는 흠 한 점 없는 사랑으로 다가와
나를 다시 하나가 되게 한다.
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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