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랑으로

구름뜰 2009. 12. 14. 08:53

 

 

어머니가 홍덕장에 가시면

나는 종일 동천 솔숲에 있었다.

그곳으로 어머니가 돌아오시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여수에 생선 팔러 가시면

나는 종일 바다를 보았다.

그곳으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산 넘어 자기 집에 있을 때면

나는 종일 하늘을 보았다.

마음은 산을 넘지만 눈은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종일 기다리고 서성이며 바라보던

그때는 나의 모든 것을 준 때였다.

그 하나가 내 삶의 전부였다.

 

고향에 가면

그 솔 숲, 그 바다, 그 하늘 아래 서면

나는 다시 그때의 하나가 된다.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셔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아이가 되어 서성이며 사랑을 기다린다.

 

고향이란, 떠나 있을 때는 끝없는 그리움이지만

만날 때는 흠 한 점 없는 사랑으로 다가와

나를 다시 하나가 되게 한다.

 

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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