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단체에는 50여명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 목사님부터 교사, 교수, 글쟁이, 사업가, 자원봉사전문가등, 젊은 싱글의 직장인부터 60대 정년퇴직 하신분까지.. 한달에 한번 공식적인 모임(회의나 워크샾 등)만 가지고 홈피에서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개인적인 만남보다는 글을 통해 만나는 일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글만 열심히 쓰면 그뿐 친분을 유지한 이는 몇 안되고 안면만 터고 지낸 분들이 대부분이다.
작년에 우리단체에 들어온 분과 식사를 같이 할 일이 생겼다. 연배인 그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내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노라며 기다렸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1년 동안 쭈욱 지켜봤어요. 몰랐죠?"
처음 들어왔을 때 몇몇 분이 자신과 나를 헷갈려 해서 '내 모습(이미지)이 저런 타입인가?' 하고는 지켜 봤단다. 내게 그녀는 단아하고 깔끔해 보인다는 정도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와 특별한 기억은 없는 터였다.
주제 넘지만 이런 시간이 생겨 말하노라며 조심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내 호기심은 극에 달했는데 차분하게 말문을 연 그녀 이야기에 나는 처음엔 뒤로 나자빠질뻔 했다. ㅎㅎ그녀의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인상이 차가워서 쉬이 옆에 갈수가 없었고, 그런 느낌이 드는건 다른사람이 가까이 다가 갈수 없도록 선을 그어놓고 있는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하지만 자신감이 넘쳐서 오만스럽게까지 보였다는 것과, 언제나 눈에 띄었지만 인정없어 보였단다. 무엇보다 내 가슴을 때린건 글은 좋은데 사람을 보면 차가워서 매치가 어려웠고, 글로는 친숙해질 수 있었지만 만나면 역시 까칠,, 그나마 지금은 처음보다 나아졌다고 했다. 아마도 글을 계속 봐 와서 그런것 같다고..
이런 황망, 황당한 일이 또 있을가! 적어도 나는 따뜻하고 푸근한 타입이라고 대충 '나는 이런 모습일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정반대로만 얘기했다.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이럴까 대략난감, 처음 들었고 이런 말을 해준 사람도 처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충고와 관심이 고맙게 느껴졌다. 우선 그녀가 나를 자신과 동일시화하여 봐 주었다는 것과, 긴 시간 동안의 관심까지.. 그리고 자신이 유독 인상에 대해 예민한것은 몇 년 전 학생으로 부터 "교수님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날것 같아요!" 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표정에 신경을 쓰면서 였다고. 몇 년 전부터 억지로라도 웃을려고 애쓰고 있는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모습이 더욱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는 요지였고, 경험담인데 노력했더니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저쪽에서 먼저 당신 모습이 이런것 같다고 말해 주지 않는한 물어보기는 좀 그렇다. 오래된 친구는 정서적 친밀감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첫인상은 초면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칠뿐, 대부분은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사람의 품성이나 성향 같은 것들로 인해 첫인상은 상쇄 될수도 있기에 만남이 계속된다면 그다지 중요한 것은 못될 것이다.. 하지만 주구장창 내 모습이 그렇게 인색한 줄은 몰랐으니 기막힐 노릇이었지만.. 이제라도 반가운 일이다.ㅎㅎ
가끔 부부 싸움중에 남편이 네 모습이 얼마나 차가운줄 아느냐? '정 떨어질 만큼 차갑다'고 해도 나는 남편이 내 기를 꺽을려고 일부러 하는 소린줄 알았지, 정말 험악!해서 그러리라고는 솔직히 짐작도 못했다. 그녀 말을 듣고 남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거울을 통해 보는 모습은 내게만 보여지는 내 모습이고 다른사람에게 보여지는내 모습은 완전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 표정이나 인상를 의식하면서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온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험악할 때의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 하긴하다. 제대로 볼려면 언제 부부싸움 도중에 거울을 한 번 쳐다 볼 일이다.. ㅎㅎ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1년 동안 보기만 하고 말은 섞어 보지도 않았던 그녀와 함께하며 느낀것은 일 년 본 것 보다 하루 저녁 밥같이 먹는 게 훨씬 더 친해지는 방법이란 것이다. 그 사람을 알려면 자리를 함께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상이야 밉든 곱든......, 그러고 보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밥을 같이 먹을 수도 없고, 우리는 겉햝기로 사람을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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