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탄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 詩를 읽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은쟁반'과 '하얀 모시수건'이 연상된다.
고교시절 국어선생님이 '은쟁반'과 '모시수건'을 준비해야 한다며 설명 해 준 영향 인 것도 같다!
그시절 생각에는 내게 님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할꺼나. 등 이런 낭만적인 상상도 했었다.
오실 손님을 위해 준비해 두어야 하는 정도로만 기억에 남아 있었던 시..
기다리는 여성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을 연상하며 소녀적 감상에 취해 읽었었다.
`이육사 시인과 관련한 자료를 보다가 청포도 시와 작가이야기를 올려 봅니다. 즐감하시길 .`
먼저 시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청포도 라는 오브제는 익어가는 형성 기다림의 명제와 연결된다고 합니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과거지향과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 미래 지향까지
과거와 미래가 조응하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며, 청포도에 전설과 꿈이 들어와 박힌다 함은
과거와 현실, 자아와 세계와의 단절 극복을 성취하려는 노력과 접맥 된다고 합니다.
하늘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는 낙관적 세계가 펼쳐지면 고달픈 몸으로 온다고 했으니
그 그리움과 기다림이 한층 더 애닳프고 절실할 수 밖에 없으며, .
그를 맞아 따먹는 청포도는 돌아온 손님 이미지와 합치, 오랜 세월에 걸친 역경과 시련 그리움으로
단절되었던 과거와 현재 너와 나의 참된 합일을 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으련' 이라는 시어가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으로 남아있음을 의미하니
아직은 이루어 지지 않은것이지요.
'마련해 두렴' 이라는 시어도 돌아올 손님에 대한 과정의 연상선상에서
실천적 구체적 준비의 행위로서 당위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점에서 이 시는 과거 현재 미래지향 의식이 긴밀하게 통합 탄력있게 작용하며
기다림의 철학과 평화사상을 완성하는데 참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조국 독립을 향한 작가의 지성이 함축적으로 깊이있게 표현된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은유가 아름다운 명작인 셈이지요..
작가이야기..
청포도 시인 이육사 (1904~1943)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고 집에서 한학을 공부, 예안의 보문의숙, 영천의 백학학교 등에서 수학.,
1925년겅부터 중국을 왕래하면서 독립운동 단체들과 접촉, 40 여 년 생애 중에 옥고를 17차례나 치르고 결국 옥사했으며, 퇴계(도산서원 옆 계곡 名)의 도산(산 名)서원이 있는 안동의 도산면에서 출생하셨다.
안동에 가면 이육사 문학관이 있는데, 몇 년 전 갔을 때만해도 청포도 시인이고 형제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정도의 기억만 있다.
일제식민지 '암흑기 시대의 별'이라는 통칭을 받을 만큼 정신사적 의미 시단의 시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암흑기 저항시인으로 비장한 슬픔, 굴하지 않는 치열한 노력, 절제된 형상, 조탁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숭고한 감동과 명상의 탄력성, 유연성, 서정성, 심미성까지 확보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한다.
264(죄수복 번호)라는 호가 말해주듯 독립운동에 생애를 바쳤고,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고뇌와 사명감으로 청포도 외에도 '광야' '절정' '노정기 '등이 있다. 작품이 생애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작가로 실천력을 가진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조선의 독립을 못보고 가셨지만 작품속에 당신뜻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당신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고 보람있지 않을까. 그 누구도 꺽지 못했던 정신만은 후대에까지 영원히 살아 남은 것이다.
식민지시대 친일을 한 지식인들 문장을 보면, 그들이 앎(지식)이 나라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제대로 영글지 못한 지식인들에게 붙여야 하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서정주 시인도 해방후 자신의 친일행적에 관한 얘기중 속내를 비쳤는데..
"일본이 망해도 한 100년은 갈 줄알았다"고 말했다 하니 유구무언이다.
말속에 깃든 사람의 정신을 어찌 짐작해 보지 않을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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