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깃발 - 유치환

구름뜰 2010. 6. 7. 09:18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자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의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깃발'시를 읽을 때마다 '소리없는 아우성'에서 소리보다 큰 아우성을 듣게 된다.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소리없는 아우성 같은게 아닐까..  

살아가노라면 이념의 푯대가 견고할 수록, 그것에 반하는 감정들도 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것,  나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

맑고 고운 이념의 푯대로 깃대의 견고함만큼 슬프고 아름답고 애달픈 마음은 더해지는 것들,

그 애달픔이 그 사람의 향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맨처음 공중에 매달 줄 안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되는 것,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의 애달픔에서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는 것은, 

그 아픔과 슬픔 고통 인내를 품어안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사람에게서 향기가 나는 것은 그가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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