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白石)

구름뜰 2010. 6. 28. 08:55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 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를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은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시에는 소주 한 잔을 앞에두고 상념에 젖은 백석의 모습이 보인다.

 

나타샤를 기다리는 백석을 통해

먼데서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시심까지 느껴진다.

흰 당나귀도, 나타샤도 오지 않을것 같은데

백석은 그의 나타샤가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고 했다.

 

백석을 사랑한 자야(김영한)는 

평생토록 모은 재산이 사랑하는 사람(백석)의 한 줄 시만 못하다고 했으니

아마도 자야는 백석을 가장 속속들이 잘 알았던

사랑하는 여자 나타샤가 아니었을까. 

 

시가 아름다운것은

시인의 심성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도  만들어  지기 때문 아닐까..

가난하다고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것은 아니겠지만,

어렵고 힘든 고달픈 환경을 체험한 뒤라야 더 좋은 글을 쓸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