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밥 한그릇, 친애하는 마음 한조각, 친밀한 정서,
유형이든, 무형이든 세상살이에 등뼈가 될 수 있음을...
세상의 등뼈가
어찌 이리도 작고 미약하면서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는지!
그러고 보면 공기도, 바람도, 하늘도 감사지요.
오늘같이 오랫만에 내리는 비는 한동안 못 만난 친구처럼 반갑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것들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이 별건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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