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세상의 등뼈 - 정끝별

구름뜰 2010. 6. 26. 07:10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밥 한그릇, 친애하는 마음 한조각, 친밀한 정서,

유형이든, 무형이든  세상살이에 등뼈가 될 수 있음을...

 

세상의 등뼈가

어찌 이리도 작고 미약하면서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는지!

그러고 보면 공기도, 바람도, 하늘도 감사지요.

오늘같이 오랫만에 내리는 비는 한동안 못 만난 친구처럼 반갑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것들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이 별건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