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입말(口 語) 그대로 이 처럼 멋진 시조가 태어나기도 한다.
웃어넘기며 흘러버리기 십상인 말을 잘 챙겨서 한 편의 시로 받아낼 줄 아는
시인의 능청과 지혜가 예사롭지 않다. 이종문 시인의 새 시집 <정말 꿈틀, 하지 뭐니> 에는
특유의 확장적 문법에 담긴 해학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면서도, 생의 비의(泌義)를 통찰하는
직관의 힘을 보여주는 시조들이 가득하다.
가히 재래의 음풍농월(吟諷弄月)류 시조를 전복/확장하는 실험적 상상력이라 하겠다.
나는 어머니 젖은 커녕 어깨도 주물러드린 기억이 도무지 감감하다.
그저 출근할 때 '갔다 올게요' 한마디요. 귀가해서는 '갔다 왔어요' 한마디가 전부인 날이 대부분이다.
참 엔간히도 불효자인 셈이다. '어무이' 젖을 '확 만져뿌릴' 줄 아는,
그걸 또 아우 시인에게까지 전수할 줄 아는 김선굉 시인은 참 대단한 사나이!
소위 '갱상도'식 무뚝뚝함과, 이면의 속 깊은 정과 의리를 덩어리째 내장한 사내 중의 사내다.
그들이 어울려 내 뿜는 강렬한 남자 향취(香臭)는,
때로 남자인 내게까지 매혹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엄원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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