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들, 언제 강을 건너
저렇게 무덤처럼 웅크리고 앉았나
아무도 몰래 건너 가버린 저 산들은
어떻게 다시 또 데려오나
젖은 길만 골라 가는 낡은 나룻배가
산과
나무들과 꽃들,
풀밭을 다 실어 나를 건가
남아있던 불빛마저 참방참방 뛰면서
저편으로가는구나
환하다,
내가 없는 저쪽
- 이은림
'저쪽'은 내가 없으므로 비로소 '피안'입니다.
내가 거기 없으므로, 언제나 그리운 곳이요, 가야할 곳이요,
언젠가는 가고 말 곳이기도 합니다.
'저쪽'이 있어 비로소 '이쪽'이 있습니다.
모든 존재들은 끊임없이 '저쪽'을 지향하며 '이쪽'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집과 산들, 나무와 꽃들과 풀밭들도 다 차별없이
생명의 본향(本鄕)이라 할 '저쪽'으로 건너가야 할 운명입니다.
"남아 있던 불빛마저 참방참방 뛰면서 저편으로 가는구나"라는
구절은 아름답다 못해 서러울 지경입니다..
존재들은 이렇듯 하나같이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저쪽'이 있어 '지금 여기'의 삶은 더욱 값지고 소중하며,
유일한 것이어서 신성한 것으로 승화되기도 합니다.
--엄원태 시인
늘 같은 일상, 똑 같은 공간속에서 살아가지만
때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완전히 다른 시간속에 놓여진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자청한 듯 마음까지 분주해지기도 합니다.
어느 시인이 그랬지요. 살아가는 일은 견디는 일이라고.
견디는 일이 살아가는 일임을 실감하는 때이지요.
그럴때면, 바람도 벗하고 구름도 벗 하면 어떨까요..
어쩌면 그것이 가장 아름답게 견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도 상쾌한 아침입니다.
이쪽이 있어 저쪽이 그립고 아름다운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쪽을 견디는 일이
저쪽도 아름답게 견디는 일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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