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 이해인 '익어가는 가을' 중에서
내일이면 오늘 되는 우리의 내일. 어제의 힘들었던 시간은 오늘의 평안속에선 소중한 추억이 되는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오늘 만큼씩 익어가는 가 봅니다. 똑같은 하늘인데.. 전 날 시부모님 산소 갈때는 뵈지 않던것이친정가는 길에는 보이니 이게 웬일 일까요. ㅎㅎ 하늘도 여유롭고, 마음은 풍선을 단 듯 가볍고, 추석날의 악전고투!를 경험한 때문일까요..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번 추석날 성묘가는 길은 온종일 비 였습니다.. 성묘길이면 늘 가던 길이어서 빗길이지만 마음놓고 임도로 들어갔지요. 시할아버님 산소엘 제일 먼저 갔는데 절 하는 가족을 보면서 불현듯 스쳐오는 예감 '잘 나갈 수 있을까!' 원! 이런 영감!은 맞지 않아도 되련만.....
들어 올 때는 잘 들어왔건만 나갈려니 흙길 빗길은 눈길과 똑 같더군요. 타이어는 공회전만 하고, 핸들은 왼쪽으로 돌릴수록 오른쪽으로 가고, 큰아이에게 "맥가이버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주문해 보고, 이래 저래 궁리 해도 뾰족한 수는 없고, 결국, 남편이 산소 아랫 마을로 트렉터를 구하러 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빗속에서 비를 맞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차를 어떻게 끌어 낼까 그 생각만 하다보니... 차를 밀다가 튕겨져 오는 흙더미 속사포를 몸으로 다 받고, 세군데나 들러야 하는데 첫번째 산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하늘 볼 여가 없을 만도 했지요. ㅎㅎ
친정 나들이 길이 하늘 마저도 쾌청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날의 고난을 오늘은 겪을 일이 없는걸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다시는 빗길 비포장 임도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것이라는 철칙하나 생겼으니 그것으로도 감사할 일이지요. 그동안 조금 움직여도 될 것을 차를 끌고 들어가던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산경험을 아이들과도 함께 했으니 내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하니, 큰아이는 차가 들어간 길 너머로 이어지는 길이 없나를 찾으러 가보기도 하고, 타이어 앞쪽에다 나뭇가지도 깔아 보고, 납작납작한 돌을 놓으면서 작은아이에게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의논도 하고 궁리도 해 보더군요.
그래도 역시나 공회전만 하고 후진하는 만큼 차는 물러서기만 하고 그나마 트렉터 덕분에 한 두시간 만에 산속에서 탈출할 수 있었는데.. 큰 아이의 한마디, "엄마, 이번 추석은 정말 추억으로 남겠다."라며 빙그시 웃더군요." 녀석, 어미보다 훨씬 여유 롭더군요. 아무래도 힘든 상황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인것 같아서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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