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

구름뜰 2010. 12. 16. 09:29

 

 

판화가 이철수님의 책이다.

구입한지가 꾀 오래 되었는데

이 아침에 문득 생각나 책꽃이에서 꺼내든 책이다.

 

책에는 겨울부터 시작 봄, 여름, 가을 이야기가 차례대로 나온다.

겨울이야기는 -눈빛 든 마루에 앉아- 라는 부제로 들어 있다.

경구인지 시인지 단상인지..

작가가 친필 글씨와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찬겨울 아침, 오늘처럼 이렇게 추운날

이런 작가를 만나 차 한잔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역시나 상상해 보는 기쁨으로 족할일이고..

작가의 마음의 편린들을 이렇게 누리는 것도

감읍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있거나 가까이 있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세상 그 어떤 것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글들을 만나는 기쁨이 그 어떤 만남보다 반가운 아침이다.

 

 

 

 

이렇게 차가운 날

한낮 햇살 잘 드는 창앞에 앉아

조용히 하루 보낼 수 있는 축복이 겨울 다 가기 전에 얼마나 찾아올까?

그런 생각하고 온종일 바빴습니다.

벌써 일속에서 바쁘시지요? 한데서

온종일 일하고 온몸이 얼어 있을

누군가에게는 죄송천만한 몽상!

--햇살 잘 드는 창 앞에

 

 

 

 

상처 없고 흠 없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겨울 들머리에 남루해진 나무들의 숲에 가서도

나무들의 고된 삶을 만나기 어렵지 않듯.

사람들의 숲인 세상에서도 상처 있으면 있는 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존재들 만날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삶의 껍데기는 세상에서 늘 확인하는 대도

한데 어울리고 작은 연고를 따라 엮여 살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촘촘하게 짜여진 관계지요.

자칫 이기적인 연줄이 되기도 합니다.

잘난 사람들의 유유상종을 어깨너머로 보게되기도 하고,

가끔 동참을 권유 받기도 합니다.

그 흔한 띠모임 하나 들어둔 것이 없지만, 홀가분한 그게 좋아서

어느 모임이건 사양하고 삽니다.

나이들면 외로워지겠구나 싶을 때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살게 되지 싶습니다.

절로 생기는 인연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새 인연을 따라서 낯선데 끼어 앉자면 그건 또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요.

살아보면 인생은 외롭게 혼자인 게 제 모습인듯 합니다.

제 그림자건 제 내면이건 제가 저를 길동무 삼아 살아가는게 인생이지요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혼자 걷는데 익숙해지고 태연해 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려서 혼자 바깥변소도 못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무섭던 어둠이 마음에 깃든 실없는 두려움 인 것을 알게 된게 언제더라?

그렇게 어른이 되는거지요.

삶의 알속도 껍데기 인생 못지 않게 정교한 인연인 것도 알게 되고..

-어른이 된다는 건

 

 

 

 

차갑게 얼어 있는 들에

잠시 다녀가는 겨울 햇살.

인색하긴 해도,

그나마 없으면 겨울 한낮이 더 마음 둘 데 없을듯.

-햇살 한 줌 보냅니다.

 

 

 

 

 

헛것에 홀려 아까운 돈을 잃고

시간도 마음도 잃어버린 경우도 적지 않지요?

함부로 흔들리지 않은 꼿꼿한 마음을 파는 시장은 어디 있으려나?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듭니다.

--예쁘게 만든 것들

 

 

 

 

 

오래오래 이렇게 엎드리고 있고 싶다

다 잊고,

다 버리고,

할 수만 있다면 다 맡기고,

오래 조용히 엎드려 있고 싶다.

--눈 오시는 날

 

 

 

잠시

내게 와서

내가 되어 다오

나 역시

언젠가

네 자리에 가서

네가 되어도 좋을 테니.

-너나 나나 닮은 인연

 

 

 

허심한 하늘의 크고 너그러우신 데 감읍하여,

내리는 눈발을 하늘의 말씀인 듯 받습니다.

눈 세상의 백성이 되고 신하가 된 듯 겸손해집니다.

-눈 세상의 백성

 

 

 

 

설경이 추억이 될 거라고 했는데

아직은 현실이라고 말씀하는 듯

폭설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 그치고 나면 그때나 치우자하고,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좋네요.

봄이건 새순이건 꽃이건 올것은 오겠지요?

 

자연은 때를 놓치는 법이 없고 사람의 마음은 제 멋대로 춤을 춥니다.

다행스러운 건 몸이 자연에 속한 것을 스스로 알아서

나고 자라서 늙어가는 걸음을 늦추거나 바꾸지 않는 거지요.

갈수록 눈발이 굵어집니다.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 놓을것 다 내려놓고

싶으신가 봅니다. 폭설 덕분에 황사 먼지는 많이 가라 앉겠습니다.

 

종일 눈구경이나 하고 싶은데 오늘도 약속이 있고

살자고 하다보니 바삐 지내는 터이지만,

눈비 구경도 마음편히 못 하다니!

- 아직은 눈 내려 주시고.

 

 

 

 

 

 

 

 

 

 

 

 

 

 

 

^^ 곧 이런 말 

할 날이 오겠지요?

 

겨울이야기만 올렸습니다.

 

바쁜 날들이라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그래선지 아침에

한시간씩

들어와 노는

블로그질이 

굴뚝 같이 재밌습니다.

 

다음번에 봄 이야기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