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가을 이야기

구름뜰 2010. 12. 17. 09:32

 

 

곳곳에서 행사들이 넘치는 때다

 

어제는 출판기념회와 동문회 송년의 밤까지

두 곳이나 행사가 겹쳐 있었다.

가는 곳마다 향기도 맛도 다르다.

예정된 시간보다 더 머무르고 싶은 곳도 있고,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곳도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어울림이 만들어 내는 색이 있다.

좋은 사람들 이라는 건, 

내 마음 작용이 먼저인 것도 같고,

 그들의 색이 아름다워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아름답다는 건 마음이 먼저 가는 일이고,

닮아지고 싶은 일 같다.

 

 

 

 

세상에 와서 아직 살아 있으니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날인 것을.

모자란 것이 있고,

힘겨운 일이 많아 고통스럽다 해도,

살아 있어 경이로운 하늘 아래의 일인 것을..

--오늘을 온전히

 

 

 

 

의자 하나 내왔습니다.

힘드신 그 마음들 잠시 앉으시라고

자주 쉬세요.

 

저도 그래 보겠습니다.

쉬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주 쉬시길

 

 

 

 

온몸을 던져 땅 위에 엎드리는 오체투지는,

우리 존재를 가장 낮은 데 두고

마음 역시 온전히 비우는 일입니다.

 

우리 시대의 타락이

우리와 내 탓이라는 겸허한 뉘우침은

시대의 죄를 대신 씻는

대속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몸을 땅에 내려놓을 때

 

 

 

 

사는 게,

주어진 조건과 싸우고

화해하고 풀어 가면서도,

허심해지고

긍정적이 되고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이지요.

 

절망조차

존재의 긍정 위에 있는 것인걸요.

 

마음이 조용해지면

절로 자취 없어지는

고민도 많지요.

단순한 덧뺄셈 아니지만

거기서 시작하면 길이 보입니다.

열심히!

마음 고요히!

쉼없이!

--열심히, 마음 고요히, 쉼 없이

 

 

 

 

 

되돌릴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정한 시대에는 '사람'이 있었던 듯싶습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소중해졌다는 말씀이겠지요.

 

베트남 신화에 있는 이야기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란다!"

그 말이 사실인 듯합니다.

-사람이 되는 일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가을걷이

살아온 그만큼만 거둘 수 있음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져서

제 살아온 어제를 결산하게 되지요.

-거두는 계절

 

 

 

 

황금빛 빛의 조각들이 쏟아져 내리는

가을한낮이 어찌 축복이 아닐까?

밝고 가볍고 빛나는 가을 햇살 아래서,

뭇 생명들이 제가 살아온 한해를 거두고 있습니다.

 

온갖 아쉬움 부끄러움

아픔과 슬픔까지 거기 스며 있지만

그 모든 것으로 오늘 입니다.

 

그걸 모르는 생명이 있을리 없습니다.

욕심도 벗고 살피면 우리들의 오늘도 보이겠지요?

그를 생의 진면목이라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순수한 존재의 눈으로

스스로 살피라고 늦은 가을이 한없이 밝습니다.

그 빛에 눈멀면 마음이 열릴까.

-축복

 

 

 

 

 

하늘도 거칠것 없는 푸르름 한장입니다.

마음이 그를 닮을 수 있기를!

 

구차하게 살아도 포기해서 안되는 땅위의 삶은,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그대로 

따뜻하소 소중한 수확으로 갈무리 해야지요

외롭더라도 혼자 초라하다 싶은 때라도

돌아보세요

사람도 있고....

무언가 있을테니까.

 

희미한 인연이 뜻밖에

힘이 될지도 모르지요.

 

어디로 숨어 버리지는

마시기를!

아시지요?

생은 스스로 북돋우며

시작하는 걸 겁니다.

저도 그러는 걸요.

-하늘은 거칠 것 없는 푸르름 한장

 

 

 

 

바람 불거든, 그렇게 온몸을 흔들어라.

세상이 바람을 알도록!

예민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그렇듯.

미풍에도 가지 끝을 흔들어라.

--바람 타는 버드나무

 

 

 

 

마음 깊은데서는 언제나 신명에 찬 춤을 추고 살것.

가난도, 불운도, 아직 내것이 되지 않은 기회도,

생각하지 말것,

오로지. 내 안에 있으면서 주눅들어 있는

위대한 신명을 일개울 것,

그 신명에 생애를 온통 걸어 보자고 약속할 것.

 

온몸 온마음이 그 신명으로 차오르도록 기다릴것.

그리고 가득한 신명이 이끄는 길로 춤추며 나아갈것.

예술하고 산다는게 그렇게, 내 안에 깃들어 살고

세상사람들안에도 잠들어 있는

신명의 노래 소리를 듣고 토해 내는 일이라 믿을것.

에누리 없이 온몸으로 믿을 것.

그러면 살아진다.

그러면 온세상이 우리들 마당이라고,

믿고 또 믿을 것

--춤추며 살 것.

 

 

 

 

저기서,

한평생 자리 옮기지 않고 조용히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

올해도 가을내내! 노랗게 은행알을 내려 놓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그러지요?

제자리에서 오래오래 견디고 서 있습니다.

거처도 , 몸도, 그리고 마음도, 그렇게 의젓하고 싶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산다는 건,

사람으로 산다는 건,

구차하고 잡다한 속에서 견디는 일입니다.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그 안에서 애써 고요을 찾고,

마음의 작은 평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게,

또한 삶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마을산 찾기에 분주할 때는

그나마 익숙해진 일상이 흐트려져 있어서

견뎌야 할 구차와 잡다가 한층 많아진 삶이 됩니다.

 

그 안에서도,

제 안에서 기다리는 평상심과 자주 보고 살아야지 생각합니다.

된서리에도 은행나무 아직 푸르릅니다.

싸늘한 초겨울 바람 불면,

깊은 황색이 되어서 제 나무둥치아래

그 앞을 다 내려 놓을 테지요.

그 아름다움을 기다립니다!

--산다는 건

 

 

 

 

삶은 '견디는 일'이라는 마지막 글이

참 공감갑니다.

 

어젯밤 출판 기념회장에서

느 시인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마지막 말이 제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내가 좋아서 가다보면 어느 순간 그가 내게 닿아 있다"

 시인은 문학을 말씀하신듯 한데

세상 모든것에 소용되는 말 같습니다.

내가 좋아서 가는 것,

그것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곳에 닿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

과정부터 결과까지 멋진 삶일 것 같습니다.

 

어제 겨울이야기에 이어 

이철수님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증에서

가을 빛에 눈 멀면 마음 열릴까 라는 부제의

가을이야기 올렸습니다..

즐감하셨나요? 즐감하시길..

 

 

 

 

언젠가. 서울 어디 큰 가게에서

"철수야"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중년을 지나는 나이에도 "철수야!'가 가능한

옛 인연들을 다시 보면 참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철수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