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IL POSTINO)는 우편배달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남부로 망명을 가게 된다.
그 어촌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그 곳 청년 마리오, 아버지처럼 어부가 되고 싶진 않았던 청년,
글은 조금 읽을 줄 아는 그 청년은 어느날 임시직 우편배달부 모집 광고를 보게되고,
그의 임무는 수취인이라고는 네루다 한사람 뿐인 전용 우편배달부가 되는 이야기이다.
마리오 일상은 산중턱에 있는 네루다 시인을 만나러 가는 일이다.
날마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네루다의 모습은 신비 그 차제다.
몸짓이나 표정, 그가 하는 말까지..
제일 부러운 건, 매일 숱한 우편물과 선물들이 오고 그 발신인들은 거의 백프로 여자들이라는 것..
연애시와 인민 시를 많이 쓴 네루다는 만인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네루다가 부러워 어느 날부터 인지 마리오는 시인을 꿈꾼다.
"저도 시인이 되고 싶어요."
"왜?"
"시를 쓰면 여자들이 좋아하니까요."
"시는 어떻게 쓰여지나요?"
"해변을 따라 혼자서 걸어보거나 주위를 감상해보면 은유가 가능할거야!"
"은유? "
"그래, 메타푀"
"메타포! 메타포가 무엇인가요?"
"가령 하늘이 운다면 무슨 뜻이지?"
"비가 오는 거겠죠!"
"그게 바로 은유야."
"'인간으로 살기는 참 힘들다'는 선생님 시가 와 닿아요."
"나는 내가 쓴 시 이외의 말로 내 시를 설명할 수는 없으니 감정을 경험해 봐"
이후 해변을 혼자 걸어 보거나 사색하는 시간이 늘어가는 마리오,,,
어느날 한 숨도 못 잔 것 같은 잔뜩 고민에 빠진 얼굴로,
"선생님, 제가 사랑에 빠졌어요!"
"누구와?"
"베아트리체 루소"
"치료약이 필요한가?"
"아니 아니요,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나?"
"이름을 물어보고 한 10분 정도 쳐다 본 뒤에.."
"그게 다 인가?'
"네 , 그게 다 예요."
그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의 시어가
자신의 생각과 같다고 여겨지며 조금씩 시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하는 마리오,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에게 편지를 쓴다.
'네루다의 시에 들어있는 시어들, 벌거숭이, 별빛, 머리카락의 반짝거림,, 불타는, 가슴, 등등등 "
그 편지를 자신의 가슴속에다 넣어둔 베아트리체, 어느날 이모가 보게 되고,
문맹인 이모는 네루다에게 찾아와 읽어 줄것을 요구한다.
네루다의 시어를 인용한 부분들을 이해 못하는 이모는,
내 조카의 모습이 실제 그러하므로, 훔쳐 보았든 보았을 것이라며, 흥분,
마리오가 절대로 자신의 조카를 만나지 못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간다.
재밌는 부분이다. 네루다가 자신의 시어를 듣고 난처해 하는 모습과
그것을 이해 못하고 불량스런 짓을 했을 것이라고만 짐작하는,
글을 모르는 촌로의 의구심가득한 표정연기.. 압권이다.
이모와 네루다의 이야기를 뒷편에 숨어서 들은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왜 내 시를 써먹었지? 라고 묻자.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ㅎ ㅎ
이후 그녀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애만 끓이는 마리오!
그녀의 주변만 맴돌뿐이다.
그 가슴앓이가 통했을까..
어느날,, 자신에게 "당신의 미소는 나비의 날개 짓 같아요." 라고 한 그 청년에게
나비처럼 날아가는 베아트리체, 그날 밤,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가 올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애만 끓이던 그의 모습을 보아 온 네루다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혈기를 누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 따뜻함이 떠 오릅니다."라는 축언을 남긴다.
은유와 비교 직유 그리고, 운율까지.
운율에선 네루다가 읽어주는 시를 듣다가,
"말하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 느껴져요"
"그게 운율이야!"
"멀미가 느껴져요"
"배가 단어들로 이리저리 튕겨지는 것처럼."
어느날 네루다가 그물이라는 단어 앞에 쓸 형용사 고민중 묻는다.
"그물을 생각하면 무슨 생각이 나지?"
"아버지의 그물은 서글퍼요. "
"서글픈 그물!"
이후 네루다는 그물 앞에는 언제나 서글픈 이라는 형용사를 쓴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매우 시적이다
스토리나 영상 등 흐름 자체도 함축적이라 역시 시적이다.
이후 체포영장 기각으로 칠레로 돌아가게 된 네루다.
일거리가 없어진 마리오,
네루다가 떠나고 모든 것이 다 잃어버린 듯한 마리오,
모든 아름다운것들은 다 가지고 간 것같은 네루다를 생각하다가, 그리워하다가
그 아름다운 것들이 자기 주변에 그대로 있음을 알게되고,
그에게 전해주고자 그것들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그 아름다운 여덟가지 녹음은 이런것들이다.
큰 파도소리와 작은 파도 소리,
절벽의 바람소리와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소리와 신부님이 치시는 교회 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소리와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파블리토의 심장소리..(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름다워라! 이렇게 아름다운 지 몰랐어"라며 주변에 눈을 뜨기시작한다..
자신의 아들을 '파블로 네루다'의 이름을 따서 '파블리토'라고 짓고,
그의 삶은 네루다를 알기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파블리토가 태어나기 전 민중 혁명운동을 하고 그 곳에서 사망하게 된다.
꼬마 파블리토가 대여섯살 남짓 자란 어느날,
그제서야 네루타가 마리오의 집을 찾아오게 되고,
아무도 없는 집에 어린아이가 하나가 놀고 있다.
"파블리토."라고 부르며 마리오의 아내가 나오게 되고,
네루다는 깜짝 놀란다.
마리오가 전해주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것들(소리),
이제야 전해받은 네루다. 해변에서 떠난 마리오를 회상하는 노장의 회한이 마지막 장면이다
누군가를 존경하고 갈망하고 사랑하는 것, 바라보는 것,
한 만남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시골청년 마리오를 어떻게 승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 삶도 만남을 통한 승화만이
가 닿지 못한 아름다운 것을 꿈 꿀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영화 마리오 역의 배우는 촬영을 끝낸 다음날 사망했다고 한다.
1994년 작품이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1904년 칠레 중부의 파랄(Parral)에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네루다는 필명이며, 1924년 '스무 편의 사랑과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이후 왕성한 활동과 함께 다양한 사회활동도 했으며 스페인 대사로 지낼 당신에 스페인에
내전이 반발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파시스트에게 죽임을 당했고,
네루타도 파시즘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다.
1943년 칠레로 귀국 45년 상원의원에 당신, 정치활동을 펼치며 창작활동도 왕성,
칠레 공산당에 의해 대통령 예비후보로 지목되기도 햇다고 한다.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했고, 이듬해인 72년에 암으로(69세)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래 그 무렵이었다 …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 중략,,
이 시는 네루다의 시지만
마리오의 시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