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마음 한잔

구름뜰 2011. 5. 31. 21:25

 

 

 

지인이 운영하는 주유소에는 교환학생으로 구미에 와 있는 '니표'라는 중국청년이 있다.

'니표'는 단골손님이나 자신을 아는 이들을 보면 씨~익 미소로 반가움을 표하는데, 말은 아직 서투르다.

이런 니표에게  장난을 걸거나 함부로  대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어느 날  단골손님에게 "저 아저씨 나빠요! "라며 흥분!하여 물었더니.

"중국사람 욕했어요,, 그런데 중국 놀러가면 잘해 달래요."라고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중국사람 욕했으면 오지 말아야 돼요."라며 

생각없이 농반 진반 던진 말들이 니표에겐 한국인 한사람 한사람과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남을 터인데.

젊은 청년 눈에 비친 어른의 모순된 모습은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수 없다.

 

다른 직원도 있지만 정직해서 '니표'에게 맡기면 안심이 된다는 지인,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재밌어서 우리들끼리의 담소에도 자주 등장한다.

거짓말은 절대로 못하고, 유드리가 필요한 우리문화에도 익숙치 않아서,

가끔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경우'가 생겨 눈치를 주면, 그럴 수 없다며 부득물 바른말만 한다고. 

취객들이 주유소 앞에서 다투거나 언쟁을 벌이게 되면, 

자신이 본 것의 선후좌우를 정확하게 증인 선 적도 있었다고.

길에서 지갑을 주운적도 있는데, 현금이 50만원 정도 들어 있었다고,

고국 부모님께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전화를 드렸고 

얼른 파출소로 가져다 주라는 부모님 가르침을 받고 바로 실행,

주인이 사례로 십만원을 주었지만 극구 그럴 수 없다고 사양했다고 한다.

 

얘기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청년이이었는데.

어제 주유소에서 카풀을 할 일이 있어서 이삼십분 남짓 저랑 나 둘이만 있는 시간이 있었다.

저녁무렵이었고, 손님이 없는 시간이어서,

"니표는 한국에서 한 경험때문에 나 중에 고향 친구들보다 성공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예의 씨~익 웃었다,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일하다가 뛰어와 쑤욱 내민 껌한통과

손님 받고 나서 잠시후에는 "맛있는 물 드릴게요."라며 내가 마시던 종이컵 물잔을 가져가

냉장고 속 복분자 원액에 생수를 믹서해 내게 내밀었다.

 

안면을 턴지 1년 정도 넘었지만 제대로  말은 건넨 것은 처음이었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의젓하게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어딜가나 저 할 탓이라고.. 올 겨울이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니표

남은 시간은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담아갔으면 좋겠다.

 

맑고 착한 청년이 준 음료한잔!

기분좋은 마음 한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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